요즘과 달리 자식이 많았던 우리 부모 세대는 가난한 살림에도 자식 농사에 정성을 다했다.그 시절 모든 자식을 골고루 대학교육시키기가 어려워 맏이의 대학 학비를 대기 위해 동생들이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잠시 동생들이 고생하더라도 맏이가 대학 공부만 마치면 성공해 동생들을 돌볼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런 기대에 부응하여 도회지에 기반을 마련한 맏이는 시골의 동생이 도시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하지만 성공한 맏이가 궁핍한 집안을 돌보지 않아 주변의 비난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이런 일이 벌어지면,집안 분위기가 엉망이 되고,성공한 맏이도 주변의 비난과 견제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다.안타깝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다.
자원이라고는 풍부한 인력이 전부였던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하면서 모든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키기 어려웠고,또 선진국 대기업이 가진 규모의 거대함에 맞서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기업 육성을 시도했다.경제개발 초기에 각광을 받았던 신발,봉제,가발등 경공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성격상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어 육성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하지만 요즘 잘 나가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했다.산업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갖추기는 어려웠으므로,우리나라 전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퍼부어졌다.해외차관이나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세금 우대,공장입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고,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동원되었다.또한 우리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소비자들은 해외 수출품에 비하여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은 높은 내수용 국산 제품들을 불평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대기업들을 지원했다.
현재의 대다수 대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맏이로서 국민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지난 2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대기업들은 점차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비록 재벌 형성이나 과잉투자와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작용도 많이 해소되었고 대기업들은 마침내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제품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다른 한편으로는 불협화음도 들리고 있다.이 정도까지 성장한 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맏이로서 누렸던 혜택의 과실을 나누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대기업의 임직원은 돈잔치를 하면서도 자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단가를 쥐어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이는 대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는 물론이고,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튼튼한 하청업체의 존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기 때문이다.또한 자신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벤처기업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연구개발한 결과물을 원가절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고급의 기술과 품질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구축된 신뢰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벤처기업 육성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크게 요청된다.대기업은 자금력,수요,해외 마케팅 능력 등 벤처기업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많은 대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협력을 통한 상생보다는 월등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원가절감이나 신상품 개발,위험 전가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형이 자기자신의 이익보다 잠재력 있는 동생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도덕적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동생들의 성공은 우애로운 형의 능력을 배가시켜 장기적으로 보다 큰 성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강 대 석 충남대 교수 경영학
자원이라고는 풍부한 인력이 전부였던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하면서 모든 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키기 어려웠고,또 선진국 대기업이 가진 규모의 거대함에 맞서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기업 육성을 시도했다.경제개발 초기에 각광을 받았던 신발,봉제,가발등 경공업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성격상 우리나라가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어 육성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하지만 요즘 잘 나가는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경우는 훨씬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했다.산업기반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민간기업이 외국기업과의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갖추기는 어려웠으므로,우리나라 전체 차원에서의 지원이 퍼부어졌다.해외차관이나 정책금융을 통한 자금 지원,세금 우대,공장입지 지원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집중되고,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동원되었다.또한 우리 수출기업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소비자들은 해외 수출품에 비하여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은 높은 내수용 국산 제품들을 불평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대기업들을 지원했다.
현재의 대다수 대기업들은 우리 경제의 맏이로서 국민적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지난 20여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로 대기업들은 점차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비록 재벌 형성이나 과잉투자와 같은 부작용이 있었지만,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작용도 많이 해소되었고 대기업들은 마침내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세계시장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한 제품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다른 한편으로는 불협화음도 들리고 있다.이 정도까지 성장한 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의 맏이로서 누렸던 혜택의 과실을 나누어야 한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특히 대기업의 임직원은 돈잔치를 하면서도 자재,부품,장비를 납품하는 하청업체의 단가를 쥐어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이는 대기업 스스로를 위해서는 물론이고,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튼튼한 하청업체의 존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관건이기 때문이다.또한 자신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벤처기업이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연구개발한 결과물을 원가절감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하지만 고급의 기술과 품질은 장기적인 관계에서 구축된 신뢰가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벤처기업 육성 기반이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벤처기업을 위해 대기업의 역할이 크게 요청된다.대기업은 자금력,수요,해외 마케팅 능력 등 벤처기업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많은 대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협력을 통한 상생보다는 월등한 협상력을 이용하여 원가절감이나 신상품 개발,위험 전가를 추구하는 수단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한 형이 자기자신의 이익보다 잠재력 있는 동생들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도덕적으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동생들의 성공은 우애로운 형의 능력을 배가시켜 장기적으로 보다 큰 성공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강 대 석 충남대 교수 경영학
2003-08-2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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