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졸업생 열 명 가운데 두 명이 ‘고시’에 매달린다는 언론 보도다.다른 대학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세상이 불안하고 딱히 눈앞에 열린 직장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라 전체 인적자원의 적정한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위기감이 든다.
‘고시’의 매력은 일단 성공만 하면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와 상당한 수준의 물질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고시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시는 누가 뭐래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는 사법고시다.‘사법시험’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에 사법고시로 통칭되는 이 시험은 건국 이래 이 나라 국민의 희망의 등불이었다.국민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엄정한 시험관리,어떤 면에서도 이 시험은 평등과 기회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4년간 법과대학에서 수학한 졸업생을 기준으로 삼지만 응시자에게는 여러 가지 대체 방법이 있다.그래서 정규 법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고 사실상 독학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드물게 각고의 노력 끝에 독학자가 대망을 이루는 날이면 마치 로또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두고두고 선망의 대상으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물러갔다.더 이상 무학자 법률가라는 시대착오적 돌연변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법률 서비스는 세상의 문제를 푸는 지식과 지혜이다.세상이 날로 복잡해짐에 따라 분쟁의 성격도 복잡해진다.그래서 법학전문 대학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우리와 법제가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논란 끝에 내년부터 실시한다고 한다.
학사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후에 대학원 과정에서 법학을 수학하도록 하고,법학대학원 졸업생에 한정하여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그렇게 함으로써 현대생활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인적자원의 적정한 배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아직 만인에게 개방된 우리나라 사법시험은 2006년부터는 응시자격이 ‘강화’된다.그런데 강화되는 내용이 여전히 시대에 뒤지는 것이다.법학과목 35학점을 취득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준다고 한다.그런데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은 정규대학에 한정되지않고 사이버대학,디지털 대학,고시학원 등 교육개발원이 인정하는 기관을 포함한다.그마나 35학점을 여러 기관에서 누적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사법시험의 주관기관이 법무부인데 응시자격을 결정하는 기관은 타 부처의 산하기관이라는 것도 상식에 어긋나거니와,누누이 법률전문 대학원의 도입을 중장기 계획으로 천명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설학원에 법학교육을 맡기다니,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행정의 난맥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NEIS 파동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민정부’의 사법개혁 과제로 등장했던 법률전문 대학원의 논의가 시대의 흐름을 예견 못한 집단들의 반대에 의해 중단된 지 8년,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학제의 개편 없이 매년 1000명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양산한 결과는 무엇인가? 실로 전 대학생의 고시생화 현상이 가속되어 대학의 학문은 황폐화 일로를 걷고 있지 않은가? 사법연수원과 법원도 아우성이다.모든 기본법 중의 기본법인 민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판사들이 즐비하다고 한탄한다.학교 대신 사설학원에서 지극히 기능적으로 연마한 시험선수들의 절반 가까이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외도와 독학의 결과 이들이 이룬 개인적 성공은 여전히 작은 인간드라마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시대적 역할이다.내후년부터는 우리의 법률시장도 개방을 면치 못한다.사법시험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나아가 어떻게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인가.정말이지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안 경 환 서울대 법대 학장
‘고시’의 매력은 일단 성공만 하면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지위와 상당한 수준의 물질적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고시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시는 누가 뭐래도 변호사 자격을 얻게 되는 사법고시다.‘사법시험’이라는 정식 명칭 대신에 사법고시로 통칭되는 이 시험은 건국 이래 이 나라 국민의 희망의 등불이었다.국민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엄정한 시험관리,어떤 면에서도 이 시험은 평등과 기회의 상징이었다.
적어도 4년간 법과대학에서 수학한 졸업생을 기준으로 삼지만 응시자에게는 여러 가지 대체 방법이 있다.그래서 정규 법학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고 사실상 독학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다.드물게 각고의 노력 끝에 독학자가 대망을 이루는 날이면 마치 로또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두고두고 선망의 대상으로 인구에 회자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물러갔다.더 이상 무학자 법률가라는 시대착오적 돌연변이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법률 서비스는 세상의 문제를 푸는 지식과 지혜이다.세상이 날로 복잡해짐에 따라 분쟁의 성격도 복잡해진다.그래서 법학전문 대학원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우리와 법제가 비슷한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논란 끝에 내년부터 실시한다고 한다.
학사 과정에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후에 대학원 과정에서 법학을 수학하도록 하고,법학대학원 졸업생에 한정하여 사법시험의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이다.그렇게 함으로써 현대생활 전반에 걸쳐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인적자원의 적정한 배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아직 만인에게 개방된 우리나라 사법시험은 2006년부터는 응시자격이 ‘강화’된다.그런데 강화되는 내용이 여전히 시대에 뒤지는 것이다.법학과목 35학점을 취득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준다고 한다.그런데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기관은 정규대학에 한정되지않고 사이버대학,디지털 대학,고시학원 등 교육개발원이 인정하는 기관을 포함한다.그마나 35학점을 여러 기관에서 누적적으로 취득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사법시험의 주관기관이 법무부인데 응시자격을 결정하는 기관은 타 부처의 산하기관이라는 것도 상식에 어긋나거니와,누누이 법률전문 대학원의 도입을 중장기 계획으로 천명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사설학원에 법학교육을 맡기다니,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행정의 난맥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NEIS 파동을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다.
‘문민정부’의 사법개혁 과제로 등장했던 법률전문 대학원의 논의가 시대의 흐름을 예견 못한 집단들의 반대에 의해 중단된 지 8년,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학제의 개편 없이 매년 1000명의 사법시험 합격자를 양산한 결과는 무엇인가? 실로 전 대학생의 고시생화 현상이 가속되어 대학의 학문은 황폐화 일로를 걷고 있지 않은가? 사법연수원과 법원도 아우성이다.모든 기본법 중의 기본법인 민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판사들이 즐비하다고 한탄한다.학교 대신 사설학원에서 지극히 기능적으로 연마한 시험선수들의 절반 가까이는 법학 전공이 아니다.외도와 독학의 결과 이들이 이룬 개인적 성공은 여전히 작은 인간드라마로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의 시대적 역할이다.내후년부터는 우리의 법률시장도 개방을 면치 못한다.사법시험 제도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나아가 어떻게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인가.정말이지 심도 있는 논의가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점이다.
안 경 환 서울대 법대 학장
2003-06-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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