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지속적 관심갖고 가꿔야 할 산림

기고 / 지속적 관심갖고 가꿔야 할 산림

홍성천 기자 기자
입력 2003-04-05 00:00
수정 2003-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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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어 가꾸는 계절이다.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식량농업기구가 칭송할 정도로 그 많던 황폐된 산을 녹화시킨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나 숲 속을 들여다보면 숲가꾸기를 제때 못했고,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종으로 바꾸어 심어주지 못한 탓으로 짐승도 잘 다닐 수 없는 정글이 된 산림이 많다.왜 그렇게 됐을까.그 이유는 정부가 황폐지 산림발달 과정의 제 1단계를 마무리해 놓고는 마치 산림을 다 가꾼 양 착각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기 때문이다.산지녹화 후 30∼40년 동안 제 2단계사업을 충실히 이행해 주어야 산림관리의 궁극적 목표인 제 3단계 지속가능한 산림으로 가꾸어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간과한 결과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재생산을 우선하고 있는 350만ha의 산림면적 중 약 4분의1인 100만ha가 경제성 있는 수종으로 바꾸어 심어야 하는 형질불량한 산림이며 숲가꾸기 사업을 해 주어야 하는 면적이 200만ha나 된다고 한다.이젠 녹화사업이 끝나 나무를 더 심을 산이 없고,조림을 하려 해도 노동력도 예산도 없다.산주들이 산림에 관심이 없다.경제림 목적의 조림은 경제성이 없으니 임목생장이 빠른 해외조림으로 대치하고 국내산림을 풍치림으로 가꾸어가야 한다는 등의 여론에 밀려 현재의 국가정책을 답습하는 것은 정부와 산림정책관계자들의 책임회피이며 직무유기일 것이다.

필자가 숲가꾸기 사업과 수종갱신조림을 산림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속이 차지 않는 배추씨앗을 심어놓고 아무리 김을 매고 병충해 구제 노력을 해 봐도 수확할 때 김치를 담글 만한 속이 찬 배추는 수확하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배추를 수확하게 되는 것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이다.또 다른 이유는 잘 가꾸어진 산림이야말로 산림의 순기능인 목재생산과 대기오염정화기능,수원함양기능을 원활히 할 뿐만 아니라 풍수해,산사태 및 대형산불 등의 자연재해예방 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안 된다.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우리의 산림이 이제 겨우 산지 녹화를 끝내고 산림자원조성시기에 진입해 있음을 직시해 지금부터라도 목재부족시대와 지구환경시대에 대비한 큰 틀의 국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일본의 삼나무와 편백,중국의 홍송,유럽지역의 전나무와 유럽소나무,북미대륙의 더글라스 전나무와 폰데로사 소나무처럼 우리나라도 강원도의 횡성,평창,삼척 등과 경상북도의 울진,봉화,영양 등지의 태백산맥계에 국제 경쟁력이 있는 형질우량한 금강소나무림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안타깝게도 숲가꾸기 사업의 미흡과 병충해 피해,대형산불 등으로 지속가능한 금강소나무림으로 가꾸어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해 있다.지속적인 금강소나무 목재생산과 송이생산,산업이 낙후된 강원도와 경상북도 태백산맥계의 산을 세계적인 소나무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선 현재의 산림분야예산과는 별도로 20∼30년간 장기적으로 예산을 배정받는 ‘금강소나무림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입법화해야 한다.

아울러 아무리 좋은 국가정책을 수립하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공감대와 참여 없이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 산주들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정책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젠 산주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숲가꾸기와 수종갱신조림에 필요한 재원확보에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 후 전후배상 과정에서 승전국들이 독일에 산림자원으로 배상할 것을 요구했으나 독일 국민들은 “도시와 공장은 수년 안에 다시 건설할 수 있지만,산림자원이 파괴되면 복원하는 데 수백 년이 걸린다.” 며 끝까지 숲을 지켰다.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정책입안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홍성천 경북대 교수 한국임학회장
2003-04-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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