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아시아] 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 (10) 베트남.타이완의 성장전략

[LOOK아시아] 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 (10) 베트남.타이완의 성장전략

김성수 기자 기자
입력 2003-03-12 00:00
수정 2003-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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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하노이·호치민 김성수특파원|타이베이시의 중심가인 신의루에 가면 하늘을 찌를듯이 우뚝 솟은 건물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타이베이 파이낸스센터’로 현재 70층까지 공사가 진행됐다.지난해 3월 리히터 규모 6.8의 강진으로 타격을 받았지만 내년 2월 예정대로 목표인 102층까지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콸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452m)보다도 56m나 높은 508m가 된다.심심치않게 지진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초고층건물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타이완 사람들의 ‘자부심’을 충족시켜 줄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늘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와 달리 최근 타이완의 경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만성적인 경기침체에다 본토(중국)로 거점을 옮기는 기업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첨단산업의 이전을 막기 위해 타이완 정부가 제동을 걸고 있지만 지난 1월에는 타이완 최대의 반도체업체인 TSMC도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타이완 정부의 예비승인을 받은 상태다.

이런상황이 지속되면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무너지고,고용불안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타이완은 성장을 위해 기술개발보다는 OEM(주문자 생산방식)쪽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인건비가 훨씬 싼 중국시장을 선호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전망이다.더구나 기업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타이완에서는 기업간 네트워크를 이용한 활동이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한 기업이 옮기면 관련기업도 따라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더 문제다.

●상하이·홍콩등 연계 중화경제 주도 노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반드시 두려워할 필요는 없고 적극적인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타이완이 ‘제2의 홍콩’ 역할을 하면서 중국을 외부 세계와 연결시키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상하이-심천-홍콩-타이완’으로 연결되는 중화권 경제벨트를 활성화시키면서 타이완이 이를 완성시키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속서비스망 관련 국내 업체인 네온 게이트 타이베이지사에서 일하는 한국인 서효정(徐涍挺)씨는 “언어와 문화가 같은 데다,외국기업보다 훨씬 많은 혜택을 받기 때문에 타이완 기업의 중국 진출은 훨씬 유리하다.”면서 “타이완 기업은 적응력이 빠르기 때문에 중국을 또다른 성장발판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경제적으로는 ‘양안(兩岸)’ 통합의 길에 들어섰다.최근 타이완에서는 중국 인민폐(人民幣) 통용을 본격적으로 허용하는 문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본토 투자액 1000억달러 넘어

KOTRA 타이베이 무역관 정민영(鄭敏永) 차장은 “타이완의 대중국 투자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추산되는데,이같은 타이완 기업의 중국진출 경험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타이완은 중국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 세계 국가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와 무역협정후 수출 50% 껑충

타이완이 중국을 지렛대로 경제회복의 계기로 삼는다면 베트남은 미국을 발판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이 모든 국민에 널리 퍼져있는 게 사실이지만 2001년 12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한 뒤 대미(對美)수출이 50%나 급증했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강해졌다.베트남의 대미수출은 2001년 18억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5억달러로 늘었다.

외국인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베트남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우회 창구로 외국기업들이 선호한다는 판단도 한몫했다.우리나라도 의류·신발류·봉제완구류 등 노동집약적 상품에 대한 베트남 투자를 늘려 미국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중화학·IT·서비스분야의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美우회수출 노린 외국기업들 몰려

여기에다 아세안국가간 수입관세를 0∼5%로 내리는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가 지난 1월 출범하는 등 아세안 국가끼리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베트남은 아시아 경제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지리적인 여건도 갖추고 있다.중국의 운남성과 캄보디아,태국 방콕과 라오스 등을 연결하는 인도차이나 크로스 로드의 동쪽 기착점이 베트남의 다낭으로,이 고속도로가완성되면 동남아물류의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된다.

값싼 인건비와 높은 교육수준도 매력적인 투자요인이다.영국계 IT업체인 아틀라스는 4년 전부터 호치민시에서 영업하고 있는데 이런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컴퓨터를 이용한 건물설계가 주업무인 이 회사는 영국 본사보다 비용을 3분의1 수준으로 줄이면서 수익성을 크게 높였다.영업담당 짐 테일러 이사는 “우리의 고객은 베트남이 아니라 미국·일본·영국 등에 있다.”면서 “베트남의 통신망 등이 아직 미흡한 수준이지만 물가가 싸고 10% 정도인 현지 직원들의 교육수준도 높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가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성장계획의 골자다.국영기업의 비효율성을 떨어내기 위해 4000여개 국영기업의 민영화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노이에 있는 컴퓨터 조립·판매 민영업체인 투안 의 응우엔 빗 투이 사장(여)은 “관리체계가 잘돼있고 일한만큼 벌기 때문에 우리 같은 민영업체의 생산성이 훨씬 높다.”면서 “외국기업들이 투자처를 물색할때 국영기업만 선호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 베트남 대사관의 남기만(南基萬)상무관은 “베트남은 다른 어떤 아시아 국가보다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국가”라면서 “다만 호치민·하노이 등 일부 주요 도시로 집중돼 있는 투자를 골고루 분배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지적했다.

sskim@

◆팜반떤 VINATEX 수출이사

“미국으로의 수출이 꾸준하게 늘면서 베트남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봅니다.”

베트남 최대의 국영업체인 VINATEX의 팜 반 떤 수출이사는 “지난해 수출액 6억 5000만달러의 25% 이상을 미국시장이 차지했다.”면서 “올해는 이보다 15∼2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노이에 본사를 둔 VINATEX는 방적·의류·섬유업체로 64개의 계열회사가 있다.직원은 10만명에 이른다.내수는 5000만달러에 불과하며 거의 전량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미국·유럽·일본이 주요 고객이다.

그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은 이후 베트남이 강점을 지닌 섬유업종의 대미 수출이 급증하면서 미국이 ‘효자시장’으로 급부상했다.”면서 “봉제업종은 세계시장에서 중국과의 대결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품질면에서는 중국제품에 뒤지지 않지만 중국은 자체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다 지방의 값싼 노동력이 풍부해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현재까지 방적분야는 뒤지지만 의류·봉제에서는 중국에 앞서 있다는게 그의 자평이다.

그는 몇년전부터 진행중인 국영기업의 민영화작업이 베트남 섬유산업의 경쟁력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낙관했다.일부 기업은 민영화가 된 이후 전보다 최고 30% 이상 영업실적이 개선된점 등이 이를 입증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AFTA(아세안자유무역지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베트남이 적어도 섬유·봉제분야에서만큼은 이 지역에서 확고하게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경공업 위주의 성장에 대한 한계에 대해 묻자 “베트남 정부도 점차 산업구조를 중화학·IT업종으로 바꾸고,관련 인력양성에도 치중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닮은점 많은 두 나라

베트남과 타이완은 같은 한자 문화권으로 젓가락을 쓴다는 것 말고도 우리나라와 여러면에서 닮은 꼴이다.

올초 한국에서 ‘로또 광풍’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지만 타이완은 이미 지난해 초 똑같은 홍역을 치렀다.주 2회 추첨한다는 게 우리나라(주1회)와 다를 뿐이다.

국민들의 정서도 비슷하다.지난 92년 8월 단교 이후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타이완 공중파 방송의 황금시간대에 방영된 ‘가을동화’,‘호텔리어’,‘겨울연가’ 등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며 ‘한류열풍’의 발원지로 꼽힌다.

민진당의 천수이벤(陳水扁) 총통이 2000년 국민당의 50년 장기집권을 무너뜨리며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쓰레기종량제,정치의 전국구제도,PC방도 우리나라에서 타이완으로 수출한 것이다.비디오방은 타이완에서 먼저 시작돼 한국에 들어왔다는게 현지 교민들의 설명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유교적 전통을 지닌 점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술마시기를 즐기고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점도 닮았다.자녀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아 다소 의외지만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우리나라의 몇몇 교육사업업체는 베트남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이미 현지 시장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트남은 특히 한국을 성장모델로 삼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뜬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마련,오는 2010년까지 평균 7%의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국립 하노이외국어대학의 한국어학과는 4∼5년전부터 영어과 다음으로 인기학과로 급부상했다.
2003-03-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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