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사망자 왜 많았나

대구지하철 참사, 사망자 왜 많았나

입력 2003-02-19 00:00
수정 2003-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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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대구지하철공사의 안전관리 소홀과 전동차 기관사와 지하철 지령실의 늑장 대처로 큰 피해를 냈다.특히 사고객차의 화재 사실을 인지,운전실이나 자체 중앙통제센터로 알려주는 화재 감지장치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왜 컸나

사망자들은 대부분 전동차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졌다.목격자들은 단 3∼4분만에 유독가스가 지하철 구내를 가득 메웠다고 말했다.전동차의 실내 장판과 천장판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바닥이 염화비닐,의자가 폴리우레탄폼을 원료로 만들어져 불이 붙으면서 유독가스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승객들이 전동차의 문을 수동으로 여는 방법을 몰랐던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수동 레버는 의자 밑에 있지만 승객들은 거의 알지 못했고 허둥대다 변을 당했다.

1079호(안심행) 사고 전동차에 난 불은 때마침 맞은편에 달려오다 중앙로역으로 들어온 1080호(진천행) 전동차에 옮겨 붙어 사상자가 크게 늘어났다.시민들은 중앙로역에 불이 난 1079호가 정차해 있는데도 1080호가 진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1080호의 진입만 막았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는 것.화재 발생 후 4분이나 여유가 있었는데 종합사령실에서 운행을 정지시키지 못한 것이다.

1080호는 1079호에 불이 난 것을 보고도 역을 통과하지 못했다.1080호가 통과하지 못한 것은 전기가 차단돼 운행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종합사령실은 9시57분에 전기를 끊었다고 밝혔다.지하철공사 전력사령실은 1분후에 1080호 전동차를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 재공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종합사령실과 전동차의 무선 통화도 두절됐다.결국 전동차 기관사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뒤늦게 문을 열고 대피방송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1080호 승객 황모(40·여)씨는 “전동차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 유독가스로 캄캄했다.”면서 “문이 열린 뒤 몇 초 사이에 닫혔다가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5분여 후에 다시 문이 열리고 하차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고 말했다.5분 동안 지령실과 기관사가 늑장대처하는 바람에 승객들은 어둠 속에서 갈팡질팡하다 유독가스에 질식해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일부 승객들과 목격자들은 화재 발생후 중앙로 역사에는 긴급경보는 울렸지만 대피하라는 안내방송은 없었다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대구지하철에는 정전사태 등에 대비해 비상발전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전혀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스프링클러도 없었다.전동차와 플랫폼은 전기시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다고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재난 무방비 지하철

서울,부산,대구,인천에 있는 지하철은 그동안 다른 교통수단보다 사고가 적어 재난에는 무방비 상태였다.

역사 내에는 자동화재탐지장치와 스프링클러,천장을 따라 유독가스가 퍼지는 것을 막는 제연경계벽,전기가 나가더라도 자동으로 켜지는 비상등 등의 방재시설이 설치돼 있지만 지하철 객차 내에는 이같은 시설이 전혀 없고 객차당 2개씩 비치된 휴대용 소화기가 고작이었다.

사고객차에는 화재 감지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으며 지하철 전동차내 화재 감지장치 설치에 관한 규정 자체가 없었다.화재 감지장치 시스템만설치됐더라도 기관사와 승객들이 서둘러 초기 대응을 할 수 있어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사고객차는 ㈜로템이 지난 93년 발주처인 대구시 지하철건설본부와 계약을 체결,96∼97년 제작해 대구시 지하철 공사에 납품했다.

특별취재반

◆방화범 김대한

18일 엄청난 사상자를 낸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의 범인 김대한(56)씨는 중풍과 우울증 등 신병을 비관해 오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팔과 다리에 화상을 입고,호흡상태가 좋지 않아 이날 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경찰은 김씨가 2001년 4월 오른쪽 상·하반신 불편으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6년전부터 개인택시를 운전해오다 뇌졸중으로 운전을 그만두었으며,지난 99년부터 우울증과 실어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경찰은 김씨가 한방병원에서 뇌졸중 치료를 받은 뒤 의료 사고로 신체 마비증세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이후 가족에게 “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을 수시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김씨가 복용하던 정신분열증 치료약 자이프렉사의 가격이 지난해 중순 인상된 이후 김씨가 이 약을 복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내(청소부)와 아들(회사원)·딸(학원 강사) 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아들(27)은 경찰에서 “아버지가 지난해 8월 대구시 K정신과의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면서 “뇌졸중을 치료하지 못한 M한방병원에 불을 지르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김씨는 언론에 지하철 관련 사건·사고가 보도되면 “지하철에 뛰어들어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지는 도중 경찰에게 “집 근처 가게에서 시너를 샀다.”고 진술했다.

특별취재반
2003-02-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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