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사람들/ 김수용감독,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사람들/ 김수용감독,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입력 2002-11-16 00:00
수정 2002-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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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여는 영상물등급위원장 김수용감독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여는 김수용(73)감독을 15일 남포동 PIFF광장에서 만났다.젊은 영화팬들 틈에서 베레모를 멋스럽게 눌러쓴 노(老)감독.핸드프린팅 행사를 앞두고 그는 “인생 최대의 행운을 가져다 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한다.”면서 “내 영화 수십편이 부산에서 찍은 것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며 상기된 얼굴로 기분좋게 웃었다.

최근 영화감독보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김감독은,사실 40여년간 109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특히 이번 영화제에는 10여 군데가 검열에서 잘려나간 1986년작 ‘중광의 허튼소리’가 무삭제판으로 상영된다.삭제된 뒤 김 감독은 항의표시로 10년 가까이 영화를 찍지 않았다.영화복원에 따른 소감을 묻자 그는 “참 기가 막히다.”라고 운을 뗀 뒤 “5분20초 분량이지만 메타포가 집약된 부분이라 감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에서는 이밖에도 전통을 소재로 한 ‘갯마을’‘산불’‘돌아온 사나이’와,새로운 형식으로 모더니즘 영화의 지평을 연 ‘안개’‘야행’‘화려한 외출’이 상영된다.‘안개’와 ‘화려한…’은 이미 매진된 상태.그는 “모든 영화에 영혼과 육체의 구원을 담아냈다.”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언제나 한국영화 편이라는 김 감독은 젊은 감독에게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무겁고 가슴 아픈 ‘오아시스’같은 영화에도,웬걸요 관객이 호흡합디다.그렇게 주변 이야기를 강렬하고 진실되게 표현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해요.” 최근 한국영화는 대부분 재미있지만 주제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한다.

다음 작품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주제로 한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배우 의상이 필요 없는….그때 누가 영등위 위원이 될지는 모르지만.(웃음)”

■심사위원장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아시아영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창구인 부산영화제의 심사를 맡게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에 온 미국의 영화평론가 도널드 리치가 15일서라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미국인이,게다가 평론가가 심사위원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지금까지는 대부분 아시아 영화감독이 맡아왔다.

‘뉴 커런츠’는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으로,아시아영화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올해는 7개국 11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방문한다는 리치 위원장은 “영화감독으로서 전하려는 것을 제대로 전달했나를 최우선으로 볼 것”이라며 “보통 접하는 이야기가 아닌,동시대의 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뽑겠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최근 아시아영화의 경향에 관해 묻자 “영화는 증권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1960∼70년대는 일본영화가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요즘은 한국영화와 태국영화가 뜨고 있다.”고 대답했다.한국영화가 르네상스기를 맞은 이유로는 “좋은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데 제작시스템이 방해가 되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화는 예술이자 상품입니다.당연히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죠.현재 한국영화는 그 줄이느슨해 창의적이고 생명력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타임지에서 ‘일본 예술비평가들의 대부’라고까지 평가한 리치는 지금까지 일본영화에 관한 책을 40여권 썼다.

196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회고전을 여는등 구미에 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부산 김소연기자 purple@
2002-11-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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