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강’에 부끄러운 국회

[사설] ‘8강’에 부끄러운 국회

입력 2002-06-20 00:00
수정 2002-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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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만 유독 월드컵 무풍지대인 것 같다.온 나라가 월드컵 8강전 진출로 벅찬 감동과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정치권에는 당리(黨利)와 이해관계만 보일 뿐이다.월드컵 감동이 행여 정치권을 흔들까봐 빗장을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다.최소한 국회라도 정상화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할 텐데,애써 외면하는 기류이다.여론의 화살에 총무들이 ‘면피성’접촉을 하고 있으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버티는게 이기는 것’이라는 식이다.이대로 가다간 7월17일 제헌절까지도 식물국회 상태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한다.만일 8·8 재보선 결과를 원 구성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면 원구성은 8월말쯤에나 이뤄질 판이다.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오죽했으면 “제헌절까지 원구성을 못하면 국회의 존재의미 자체가 무색해질것”이라고 시한까지 제시하면서 정치권의 공멸을 우려했겠는가.

지금 우리는 월드컵의 자신감과 감동이라는 동력으로 사회 전체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작업을 펴야 할 때라고 본다.일시적인 열기로 방치하고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기회이다.길거리 응원의 역동성도 살려나가야 하고,경제 재도약의 활력으로 이식하기 위한 지혜도 짜내야 한다.현재 정치권을 제외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그러한 움직임이 감지돼 다행이라고 본다.

우리는 정치권이 월드컵 감동을 접목시키는 첫 시도로 의원들의 자유투표를 통해 의장단을 선출할 것을 주문한다.한나라당이 자유투표가 이뤄지면 의장 내정자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만큼 어느 정도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본다.사실 의원들의 자유의사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인물을 선택하는 관행을 정착시키면 국민적 동의가 커질 게 분명하다.결과적으로 정치에 대한 염증과 혐오를 희석시키는 새로운 동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그리고 나서 곧바로 계류중인 예보채 차환 동의안을 비롯해 각종 민생법안과 청원 등을 차분히 처리하는 모습을 보이면 월드컵 감동을 정치권에 접목시키는 결과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2002-06-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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