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모르는 사람은 그런 과거를 다시 겪게 됩니다.‘통행증’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저항정신에 관해 말한 영화죠.”
베르트랑 타베니에(61)감독은 ‘카이에 뒤 시네마’등에서 영화평론을 쓰다가 지난 73년 ‘생 폴의 시계상’으로 감독 데뷔한 이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본인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프랑스의 켄 로치’인 셈이다.그가 ‘제2회 프랑스영화제’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올해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은곰상)을 받으면서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자크 강블랭(44)과 동행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시종일관 진지했다.가볍거나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면 이 노감독의 반응은 “영화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걸 왜 묻나.”하는 식이었다.하지만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오랜 세월 축적해 온 그만의 신념이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한마디 한마디를 빛나게 했다.“한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배우들의 모습을 모두 담고 싶었습니다.마치 곡예를 하듯 카메라가 롱테이크로인물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 것은 그 때문이죠.”
베를린영화제 수상 전까지는 상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강블랭은 이런 감독의 스타일이 수상의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고 설명했다.“타베니에 감독은 정해진 틀에 맞춰 영화를 찍지 않습니다.마치 눈(雪)밭에 첫 발을 내딛듯 감독 촬영감독 배우 등 전 스태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의견을 나누죠.배우의 에너지도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흐를 수 있도록 해 줍니다.그런 공동 작업의 결과로 제가 상을 탄 것이죠.”
그는 “‘감독은 입이 무거운 곰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점이 은곰상을 안겨준 것 같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영화 ‘통행증’은 나치 점령기를 산 영화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두 남자의 삶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책임과 사회참여에 관한 고뇌·갈등을 그린 작품.강블랭을 조감독 장 드베브르 역에 캐스팅한 이유로 타베니에 감독은 “수많은 색깔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유머를 가볍지 않게 소화해낼 것으로믿었다.”고 말했다.
강블랭은 80년대 중반 영화배우를 시작했다.“73년부터 극단에서 배우들에게 조명을 비추고 음향을 체크하는 일을 했죠.그러던 어느날 제가 엄청난 욕구불만에 쌓여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를 쓰고 배우가 됐다.타베니에 감독과는 ‘통행증’이 첫 만남이다.
지난해 스크린쿼터제 유지를 지원하러 부천영화제를 찾은 타베니에 감독은 “임권택 감독이 정부 청사 앞에서 삭발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면서 “프랑스에서도 이런 것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그는 한국영화에도 관심이 많다.“‘취화선’은 감독의 개인적인 면이 드러난 훌륭한 작품입니다.‘박하사탕’도 인상적이었죠.”
오는 11월 개최될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될 것 같다는 타베니에 감독.수많은 출연 제의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강블랭.그 둘이 만든 ‘통행증’등 12편이 선보이는 이번 프랑스영화제는 20일까지 서울 강남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린다.
김소연기자 purple@
베르트랑 타베니에(61)감독은 ‘카이에 뒤 시네마’등에서 영화평론을 쓰다가 지난 73년 ‘생 폴의 시계상’으로 감독 데뷔한 이래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본인이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프랑스의 켄 로치’인 셈이다.그가 ‘제2회 프랑스영화제’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올해 베를린영화제 남우주연상(은곰상)을 받으면서 뒤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자크 강블랭(44)과 동행했다.
두 사람과의 만남은 시종일관 진지했다.가볍거나 상식적인 질문을 던지면 이 노감독의 반응은 “영화를 보면 다 알 수 있는 걸 왜 묻나.”하는 식이었다.하지만 진지한 얘기를 할 때면 오랜 세월 축적해 온 그만의 신념이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한마디 한마디를 빛나게 했다.“한 주인공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배우들의 모습을 모두 담고 싶었습니다.마치 곡예를 하듯 카메라가 롱테이크로인물들 사이를 비집고 다닌 것은 그 때문이죠.”
베를린영화제 수상 전까지는 상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강블랭은 이런 감독의 스타일이 수상의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고 설명했다.“타베니에 감독은 정해진 틀에 맞춰 영화를 찍지 않습니다.마치 눈(雪)밭에 첫 발을 내딛듯 감독 촬영감독 배우 등 전 스태프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의견을 나누죠.배우의 에너지도 자연스럽게 상황에 따라 흐를 수 있도록 해 줍니다.그런 공동 작업의 결과로 제가 상을 탄 것이죠.”
그는 “‘감독은 입이 무거운 곰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점이 은곰상을 안겨준 것 같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영화 ‘통행증’은 나치 점령기를 산 영화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두 남자의 삶을 통해 예술가로서의 책임과 사회참여에 관한 고뇌·갈등을 그린 작품.강블랭을 조감독 장 드베브르 역에 캐스팅한 이유로 타베니에 감독은 “수많은 색깔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유머를 가볍지 않게 소화해낼 것으로믿었다.”고 말했다.
강블랭은 80년대 중반 영화배우를 시작했다.“73년부터 극단에서 배우들에게 조명을 비추고 음향을 체크하는 일을 했죠.그러던 어느날 제가 엄청난 욕구불만에 쌓여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기를 쓰고 배우가 됐다.타베니에 감독과는 ‘통행증’이 첫 만남이다.
지난해 스크린쿼터제 유지를 지원하러 부천영화제를 찾은 타베니에 감독은 “임권택 감독이 정부 청사 앞에서 삭발하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면서 “프랑스에서도 이런 것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그는 한국영화에도 관심이 많다.“‘취화선’은 감독의 개인적인 면이 드러난 훌륭한 작품입니다.‘박하사탕’도 인상적이었죠.”
오는 11월 개최될 부산국제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 될 것 같다는 타베니에 감독.수많은 출연 제의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강블랭.그 둘이 만든 ‘통행증’등 12편이 선보이는 이번 프랑스영화제는 20일까지 서울 강남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린다.
김소연기자 purple@
2002-06-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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