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된 과목을 다수 선택해 수강했고,학위 논문도 미국의 대아시아 외교정책을 다루었다.미국의 대외정책은 19세기 고립주의를 표방한 먼로 대통령 시대를 넘어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대외적으로 개입과 팽창의 방향으로 추진되었다.그러한 외교정책을 이끈 대통령이 저 유명한 제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이다.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함으로써 많은 미국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숀 코네리가 주연한 ‘바람과 라이언'이라는 영화에서 아프리카에까지 성조기를 나부끼게 한 그의 모습이등장하고 있다.
그는 평소 “부드럽게 말하라,그리고 큰 채찍을 들어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미국 속담을 즐겨 인용했다.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외교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루스벨트는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육군 중령으로 참전했던 전쟁 영웅이며,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그런 루스벨트가 이 속담을 말했을 때에는 ‘부드럽게 말하라'는 전반부보다 ‘채찍' 즉,강력한 군사력에 바탕한 힘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것이다.아니 꼭 루스벨트의 어법과는 상관없이 이 속담은‘채찍'에 비중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하는 동안 그의 발언을 실은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최 장관은 “때때로 채찍을 드는 것이 북한을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Sometimes carrying a big stick works in forcing North Korea to come forward.)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최 장관이 루스벨트의 속담을 인용했음에도 이 신문이 앞부분을 생략하고 뒷부분만 부각함으로써 대화를 강조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어,마치 최 장관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한 것처럼 비치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히 최 장관은 임동원 특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내용을 미국측에 전달하려는 방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진력했을 것이다.최 장관은,북한이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과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하며,여러 조건을 붙이면 대화가 어렵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미국에 알려주었다고 보도된바 있다.
비록 파월 국무장관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고위층 인사들에게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돌아왔다.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서 상견례와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대한 미국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내용은 대미를장식할 수 있는 곳에서 헛 스윙을 한 아쉬운 대목이 아닐수 없다.외교부의 해명대로 설혹 루스벨트의 ‘부드럽게 말하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위의 속담은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북·미관계에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촉구하여 어렵사리 북한의 마음을 돌려놓았는데,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금까지 취한 대북 강경책이먹혀들어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북한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직까지 북·미 대화는 재개를 알리는 징후들은 보이지만 정작 재개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민족공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지만,남북 정상회담 이후 사라졌다.그러나 국제사회를 배척하는 민족공조가 아니라,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수반하는 민족 공조가 필수적인 것이 우리가 놓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이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전통일부장관
그는 평소 “부드럽게 말하라,그리고 큰 채찍을 들어라.”(Speak softly and carry a big stick.)라는 미국 속담을 즐겨 인용했다.이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외교정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루스벨트는 미국-스페인 전쟁 당시 육군 중령으로 참전했던 전쟁 영웅이며,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그런 루스벨트가 이 속담을 말했을 때에는 ‘부드럽게 말하라'는 전반부보다 ‘채찍' 즉,강력한 군사력에 바탕한 힘의 외교를 강조하고 있는것이다.아니 꼭 루스벨트의 어법과는 상관없이 이 속담은‘채찍'에 비중을 두고 있다.
얼마 전 최성홍 외교부 장관이 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방미하는 동안 그의 발언을 실은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최 장관은 “때때로 채찍을 드는 것이 북한을 (대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Sometimes carrying a big stick works in forcing North Korea to come forward.)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최 장관이 루스벨트의 속담을 인용했음에도 이 신문이 앞부분을 생략하고 뒷부분만 부각함으로써 대화를 강조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어,마치 최 장관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지지한 것처럼 비치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히 최 장관은 임동원 특사와 김정일 위원장의 회담내용을 미국측에 전달하려는 방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진력했을 것이다.최 장관은,북한이 대화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과 “체제와 지도자에 대한 비난을 하며,여러 조건을 붙이면 대화가 어렵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말을 미국에 알려주었다고 보도된바 있다.
비록 파월 국무장관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등 고위층 인사들에게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돌아왔다.
신임 외교부 장관으로서 상견례와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대한 미국의 협조와 이해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내용은 대미를장식할 수 있는 곳에서 헛 스윙을 한 아쉬운 대목이 아닐수 없다.외교부의 해명대로 설혹 루스벨트의 ‘부드럽게 말하라.'는 표현이 삭제되었다고 하더라도,위의 속담은 강경책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금의 북·미관계에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우리는 우리대로 북한에 대해 미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촉구하여 어렵사리 북한의 마음을 돌려놓았는데,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이 지금까지 취한 대북 강경책이먹혀들어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면북한이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아직까지 북·미 대화는 재개를 알리는 징후들은 보이지만 정작 재개가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민족공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과거 ‘통미봉남(通美封南)'이란 말이 한때 유행했지만,남북 정상회담 이후 사라졌다.그러나 국제사회를 배척하는 민족공조가 아니라,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수반하는 민족 공조가 필수적인 것이 우리가 놓여 있는 한반도의 현실이다.
박재규 경남대 북한대학원장·전통일부장관
2002-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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