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방송영상콘텐츠, 우리의 자화상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방송영상콘텐츠, 우리의 자화상

김한길 기자 기자
입력 2001-08-10 00:00
수정 2001-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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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활과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분야가 방송이다.방송영상콘텐츠는 지식·기술의 창의력이결집되어 생산되고 다단계 유통(window effect)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국경을 초월하여동시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동시성(cultural synchronicity)이 매우 높은 문화상품이다.

그래서 선진각국은 방송영상산업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핵심적인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여 세계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우선 순위에 의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을아끼지 않고 있다.

오늘날 미국은 양대 주축산업인 엔터테인먼트산업과 군수산업을 통해 세계경제를 석권하고,미국인의 삶의 질을 높여왔다.특히 영상매체를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은 타임워너사와 아메리칸온라인사의 합병과 같이 거대문화자본을 형성하였고,미국의 첨단문화이미지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여 영구적인 선도국가로 남으려는 미국의 자화상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도 금년 하반기부터 디지털 위성방송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방송채널은 현재 61개에서 2005년 230개 이상으로 증가하고 연간 약 4만여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필요해 질 것이다.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는 아직 이러한 폭발적 방송영상콘텐츠 수요를 채울만한 제작 공급기반이 매우 열악하다는것이다.

도로는 완비되었는데 도로를 달릴 자동차가 없어 외국의 싸구려 차를 수입하는 것과 다양한 방송채널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우리의 문화 이미지가 없는 국적불명의 방송영상콘텐츠를 판치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방송영상산업의 고도화를 위한 선택에 따른 집중적인 육성과 성장이 없으면 조만간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은 외국의 저급한 콘텐츠로 채워질 것이며 방송영상산업은 물론 우리의 문화정체성까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될것이다.

우리 방송의 선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디지털시대,방송영상산업진흥정책 추진전략’이라는 정부의 대책마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송계의 현장에 종사하는 분들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방송을 시청하고 향유하는 수요자인 시청자들이 품격있는 방송이 되도록 감시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 역시중요하다.

이와같이 국민과 방송,정부가 함께 노력할 때에 우리 방송영상콘텐츠가 선진화되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며,끊임없이 제기되는 선정성·폭력성 또는 표절시비와 같은 우려에서 벗어나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가 듬뿍 담긴 문화 자화상을 만들 수 있다.

김한길 문화부장관
2001-08-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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