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친일후손‘화해의 악수’

독립·친일후손‘화해의 악수’

정운현 기자 기자
입력 2001-01-13 00:00
수정 200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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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린 11일 오후 7시 서울 명동 인근 국민은행본점 앞. 몇몇 노인이,해방후 친일파 처단의 본거지인 반민특위가 있던 이곳으로 모여들었다.조문기(趙文紀·74)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비롯해 김정육(金正陸·66) 김준형(金駿炯·57) 김영식(金英植·68)씨 등이다.

조이사장은 건국훈장을 받은 애국지사,김정육·김준형씨는 반민특위의 상징적 인물인 김상덕(金相德)위원장과 김상돈(金相敦)부위원장의자제들이다. 반면 김영식씨는 일제 말 친일잡지 ‘삼천리’를 경영한시인 김동환(金東煥)의 아들이니 이 모임은 ‘극과 극’이 만났다고나 할 자리다.

모임은,민족문제연구소가 향후 설립할 ‘반성과 화해를 위한 재단’설립 문제를 원로들에게 보고하고 자문·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했다.

자기소개 시간이 되자 김영식씨는 “친일반민족 행위를 한 김동환의자식”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는 돌연 맞은편에 앉은 조이사장 등 좌중을 향해 큰절을 하였다.한참을 꿇어 엎드렸다가 일어선 김씨의 눈에는 눈물자국이 역력했다.아버지를 대신해흘린 ‘참회의 눈물’이었다.

부친을 대신한 김씨의 ‘진실한 사죄’에 대한 ‘찬사’와 ‘뜨거운악수’가 뒤를 이었다. 조이사장은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기가 죽은 때가 잠시 있었는데 그 후로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며 김씨에게‘화해와 용서’의 악수를 청했다.나머지 두 김씨도 김영식씨를 ‘동지’의 심정으로 반겼다.

조이사장은 “독립운동가와 친일경력자,그리고 그 유족들이 만나서화해와 과거사 청산을 함께해야 한다”고 역설하고는 “오늘 모임은그 첫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동참한 서우영(徐羽泳·37)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도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해 화해와 역사청산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
2001-01-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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