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을 살리자/ “부실銀 정리 서둘러라”

금융을 살리자/ “부실銀 정리 서둘러라”

입력 2000-05-22 00:00
수정 2000-05-22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은행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을빨리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부실은행의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게 안팎의 지적이다.선진국에 비해 숫자가 많고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국내은행들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불가피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ESCAP)는 21일 한국이 금융부문과 재벌에 대한 구조조정을 조속히 진행하지 않으면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를 작년말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4%인 66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워크아웃 기업들의 부실여신을 다 포함할 경우 1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게다가 국내은행들이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지 못하고 있는 무수익여신의 비율이 평균 6% 수준으로 선진국 은행들의 2∼3%보다 두배가 넘는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0%를 넘었던 일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도 한자릿수로 떨어졌다.국제기준인 8%에 미달하는 은행도 있다.

아직도 ‘부실덩어리’인 은행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구조조정밖에 길이 없다는 분석이다.ESCAP은 “한국의 부실여신은 금융기능이 정상화되고 이를 토대로 실물부문의 회복을 지원하는데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의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중인 금융과 재벌부문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덕훈(李德勳)연구위원은 “금융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가 곤욕을 치르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은 “앞으로 세계 금융계는 10개 정도의 은행이 지배할 것”이라며“국내은행들이 건실해도 세계시장에 통합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인데 부실은행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도 합병을 통해 ‘메가뱅크’화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 권순현(權純賢) 연구위원은 “지금껏 문제를 미뤄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미룰 수 없다”며 “현실을 있는대로직시하고 구조조정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시장충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헌재(李憲宰)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KBS 1TV 일요정책진단에 출연,“경쟁력있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합병이 최선이라면 합병을 해야 한다”며“정부는 이를 방관하거나 좌시하지 않고 당사자들이 필요성을 느끼도록 몰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은행간 자율합병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이에 대해삼성경제연구소 유용주(劉容周) 수석연구원은 “민간 자율로는 구조조정이어렵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성진기자 sonsj@
2000-05-22 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