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신애 살리기

[외언내언] 신애 살리기

입력 1999-08-31 00:00
수정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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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떤 위대한 사랑도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크고깊을 수는 없다.남이 아무리 나를 이해하고 동정해도 ‘날 낳으시고 기르신’ 부모만큼 나를 아끼고 헤아린다고 보기는 어렵다.부모는 자식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나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자기에게 주어진 생을 당당하게가꾸어가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주말 SBS-TV ‘그것이 알고 싶다’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김신애양(9)의 딱한 사연이 바로 그렇다. 신애양은 4년 전 병원에서 소아암의 일종인 윌름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아버지가 기도의 힘만으로 낫게 할 수있다며 방치해서 현재 중증에 이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병원에 따르면 윌름종양은 초기 완치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당시 곧바로 치료를 받았으면 지금쯤 신애양은 친구들과 뛰어노는 초등학교 3학년생이 됐을 것이다.그러나부모가 기도만 하고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TV 화면에 비친 신애양은 앙상한 체구에 배만이 만삭처럼 보이는 기괴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그런 중에도 신애양은 “살고 싶다” “살려 주세요”를 되풀이했고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를 향해 “아빠 미워”를 외치기도 했다.그 선명한 눈 모습과 예쁜 얼굴은 병고에 찌들어 조기 노화증세까지 보였다.이러한사실이 방영되자 시민단체들 사이에 종교적인 이유로 자녀의 치료를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법적·윤리적 논란이 뜨겁다.‘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친권만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과 ‘부모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신애양에대한 적절한 치료 및 사후조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리는 타인의 종교와 신앙에 대해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부모 자식간의인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생각도 없다.확실한 것은 아동학대란 아이를 때리고 굶기고 나무라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며 자녀가 병들었음에도 적절한 의학적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방치해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폭력 이상의 용서받지 못할 범죄임을 강조한다.또한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분개할것이 아니라 제2,제3의 희생 아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들 하나하나를 독립된 인격체로지켜주기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낳았다 해도 생명은 신성한 개체로서 부모의 소유는 아니다.더구나 신애는 살고 싶다고 절규한다.자연스러운 치유가 있을 수 있다 해도 가장 과학적인 방법이 제시된 것도 신애가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부모는 이해해야 한다.신앙이란 대책 없이 고집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희생과 사랑이다.신애가 자라서 자신의 생을 당당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부모가 먼저어린 신애 살리기에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1999-08-3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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