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에 고립된 상관가족 구조

급류에 고립된 상관가족 구조

입력 1999-08-07 00:00
수정 199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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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경기도 양주군 국군덕정병원 2호실.비룡부대 72연대 1대대장 나경연(羅卿連·41)중령의 부인 윤효심(尹孝心·36)씨는 자신과 아이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한 박준건(朴俊建·22)병장과 문관식(文官識·23)상병의손을 잡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31일 밤 11시30분쯤 성난 물결이 경기도 파주시 파평면 늘노리 산기슭의 군인 관사를 덮쳤다.미처 대피하지 못한 윤씨는 턱까지 차오른 물 속에서 아들 호준(豪晙·11)군과 딸 혜정(慧正·9)양을 품에 안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나중령은 호우에 대처하기 위해 부대에서비상대기하며 지휘하고 있었다.

“아빠는 왜 부대만 돌보고 우리는 이렇게 놔두는 거야”.2시간이 넘도록구조의 손길이 없자 아들과 딸이 울먹이며 말했다.

바로 그 순간,갑자기 지붕이 뻥 뚫렸다.김성곤(金成坤·30)중대장과 서성도(徐成道·28)중사 등 1대대 장병들의 얼굴이 보였다.나중령 가족이 고립됐다는 소식을 들은 장병들이 고무보트를 동원,구조에 나섰으나 지붕 아래까지물이 차 2시간의 작업끝에 도끼로 지붕을 뚫고 들어온 것이다.

윤씨 등 가족들은 무사히 구조됐으나 정작 박병장과 문상병은 구조작업이끝난 뒤 고무보트가 뒤집혀 급류에 휩쓸려 내려가다가 간신히 구조됐다.우정진(禹正眞·24)병장과 황민영(黃民영·22)상병 등이 정신을 잃은 이들을 들것에 싣고 1시간여 동안 산길을 걸어 병원으로 후송,목숨을 구했다.

[특별취재반]
1999-08-0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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