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오지탐험가 김병호씨 장편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오지탐험가 김병호씨 장편

입력 1999-06-30 00:00
수정 1999-06-3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아프가니스탄에는 어디를 가나 진흙으로 만든 무덤 같은 집들이 숨구멍만한 공기통을 내놓은 채 드문드문 서 있다.식수가 부족해 일년에 한 번 이상 목욕을 할 수 없고,식량이 모자라 양고기와 ‘논’이라 불리는 밀가루 빵을 먹으며 삶을 꾸려간다.이제 아프가니스탄은 옛 실크로드의 영광은 간데없고 바위덩어리만 뒹구는 불모의 땅이다.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아프가니스탄처럼 아름다운 곳이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그곳에 사랑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오지문화 탐험가로 잘 알려진 김병호씨의 장편 ‘아프가니스탄이여,안녕’(푸른숲)은 아프가니스탄 척토에 핀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산다는 것의 의미를일깨워주는 소설이다.작가는 모래먼지 날리는 투르키스탄 사막에 비극적인로맨스를 펼쳐 놓는다.사랑이 때로 인간을 얼마나 강건하게 만드는가,‘지금-여기’에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벅찬 환희인가를 작가는 역설로 보여준다.

주인공은 운동권 출신으로 고국을 등지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와 구호활동을 하는 민석.그는 이슬람명문 출신의 처녀 루스카와 가까워진다.오랜만에이성으로부터 아득한 연정을 느낀다.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인습과 종교의 벽에 부딪친다.“바위를 뚫고 피어나는/엉겅퀴 꽃도/열흘을 넘기지 못하고/창공을 나는/비비새도/힌두쿠시를 넘지 못해요” 루스카는 민석에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한이 서린 전통민요 한 구절을 남기고,이들의 사랑은 종말을맞는다.

민석은 루스카와의 사랑의 역사가 담긴 붉은 사인펜 자루를 아무다리요 강언덕에 묻는다.사랑은 비록 비극으로 끝났지만 슬픔도 때로는 힘이 되는 법.

민석은 그 절망의 힘으로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결코 용서할 수 없었던 한 시대와 악수를 한다.

작가는 현재 태국의 치앙라이에 머물고 있다.그는 1,300년전 당나라에 끌려간 고구려 후예들의 이야기를 그린 ‘치앙마이’와 고구려 후예들이 중국에세운 이정기 왕국을 배경으로 한 ‘고구려를 위하여’라는 두 권의 역사소설도 냈다.김병호의 소설은 문학적 기교가 승하지 않은 만큼 담백하게 읽힌다.

김종면기자
1999-06-30 14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추계기구’ 의정 갈등 돌파구 될까
정부가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 구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기구 각 분과위원회 전문가 추천권 과반수를 의사단체 등에 줘 의료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없이 기구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 추계기구 설립이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렇다
아니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