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에 꽃피는 시대­봄/민홍규 옥새 전각장(굄돌)

고목에 꽃피는 시대­봄/민홍규 옥새 전각장(굄돌)

민홍규 기자 기자
입력 1998-12-07 00:00
수정 1998-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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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일이 있어 수원 북문 앞을 급히 지나고 있었다. 언제나 고궁을 지날 때면 묵은 빈집의 적막함에 늘 공허하다.고인(古人)을 보고자 북문 계단을 쳐다본 순간 깜짝 놀랐다.동풍에 나부끼는 노란 적삼때문이었다.다시 보니 인형이 아닌 수문장을 세운 것으로 그 모습이 시리도록 감동적이었다. 얼마전 정부에서 국제브랜드로 김치를 비롯해 10대 전통문화를 제정하더니 최근은 농산물도 브랜드가 인정받는 시대라 오랜 전통일수록 내외적으로 인정을 받는다.

국제 미술계를 보아도,미국은 100여년 역사로 오랜 유럽문화마저도 주도한다.그나라 미술관계자들이 모여 팝아트를 가장 미국적인 문화표출로 삼는,소위 미국미술 브랜드화를 선언한 후 유럽의 피아크미술제 등지에서 거래를 석권하면서 현대미술에서 종주성(宗主性)을 띠고 있다. 뒤질세라 일본도 그들 미술의 고급·선진성을 기치로 국제성을 찾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상품을 상륙시키는 정·재계의 움직임이 돋보인다.미국은 평범한 화장실 낙서가를 팝아트 대표작가로,일본은 항해선원의 작품도 인정하는 안목으로 국가간 문화전쟁에 응하고 있다.

올해도 광주비엔날레 등 몇가지 미술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렸다.광주의 경우 창작주제를 주어 국제작가들을 참가시켰으며 언제나처럼 잔치 뒤에는 말이 분분했다.이제 20세기 마감을 앞두고 우리도 내년 봄쯤 우리 정서를 주제로 한 미술사조,즉 한국미술의 브랜드화를 실험적으로라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서양이 팝아트·옵아트·추상표현 등을 내세운 것처럼 우리에게는 음양사상의 하모니즘이나 우리 문화원형·전통예술을 현대미술화한 랩아트 등이 가능하다.동양문화의 지명도와 우리 전통의 지역 독창성을 울타리로 해,나날이 짙어가는 문화경쟁 시대에 우리 문화를 봄꽃처럼 피워보자.물론 몇몇 작가의 인지도에 연연하지는 말고 말이다.

1998-1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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