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극복과 임금동결(사설)

경제난 극복과 임금동결(사설)

입력 1997-03-20 00:00
수정 1997-03-20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노동계가 이미 올해 임금인상률을 최저 7.6%,최고 18.4%로 제시한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18일 4천여 회원사에 임금동결방안을 통보했다.노동법개정파문의 앙금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임금수준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뚜렷하게 엇갈리자 올 임금협상이 원만치 못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의 가계를 뒷받침하는 거의 유일한 소득이 임금이다.물가상승과 생산성의 향상을 감안한다면 임금동결은 실질적인 감봉이다.따라서 동결의 고통은 상당히 크다.반면 기업으로서는 임금지출이 적을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임금은 이처럼 노사의 이해가 날카롭게 부딪치는 문제다.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에 빠져 있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무역수지의 적자가 커지며 외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해외여행객은 한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사실에서 우리 경쟁력의 추락을 확인한다.반면 국내시장에선 고가품과 저가품을 가리지 않고 수입품이 춤춘다.지난해 9월이후 실업자는 17만명이나 늘었으며 올 성장이 지난 80년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임금인상보다 고용안정이 훨씬 더 절실해진 것이다.

안타깝게도 짧은 기간에 이런 어려움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유일한 길은 모든 경제주체의 자기희생뿐이다.다행히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근로자가 자진해서 임금동결을 결의하는 분위기가 퍼지는 가운데 정부도 내년 예산을 긴축하겠다고 밝혔다.기업도 생존을 위해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피나는 감량경영에 나섰다.

기업마다 여건이 다르므로 임금동결이 일률적인 모범답안은 아니다.그러나 경제난을 극복하는 대안인 것은 분명하다.기업별로 노사가 자신의 실정에 맞는 범위에서 동결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희생과 헌신이 없이는 경제회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97-03-20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애도기간 중 연예인들의 SNS 활동 어떻게 생각하나요?
제주항공 참사로 179명의 승객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월 4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습니다. 해당기간에 자신의 SNS에 근황사진 등을 올린 일부 연예인들이 애도기간에 맞지 않는 경솔한 행동이라고 대중의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애도기간에 이런 행동은 경솔하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고 애도를 강요하는 것은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