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작가 C.W.세람 「발굴하는 발굴의 역사」

독 작가 C.W.세람 「발굴하는 발굴의 역사」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6-10-29 00:00
수정 1996-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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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은 영원한 「진행형의 학문」/그리스·로마문명­바빌론과 설형문자 등 탐구/주요발굴사례 통해 본 인류문명의 궤적 밝혀

고고학사에 큰 획을 긋는 주요 발굴사례들을 통해 인류문명의 궤적을 밝힌 역사교양서 「발굴하는 발굴의 역사」(도서출판 차림)가 최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지은이는 고고학 분야의 저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독일작가 C W 세람.그의 또다른 저서 「낭만적인 고고학산책」 「히타이트의 비밀」과 함께 「세람의 3부작」으로 꼽히는 이 책의 특징은 무엇보다 326컷에 이르는 진귀한 사진과 삽화를 실은 일종의 화보집으로 고고학 「발굴의 미학」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16세기 초엽,기원전 1세기경의 작품인 라오콘 군상과 리비아 거상 등 서구문명사에 기록될 만한 발굴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한 고고학.그 발굴의 역사는 1738년 1천700년이상 매몰돼 있던 불운한 도시 폼페이가 독일의 미술사가 빙켈만에 의해 온전한 모습으로 발견되면서 절정을 이룬다.그러나 고고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은 단연 하인리히 슐리만의 트로이 발굴이다.독일의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868년 사업가의 길을 포기하고 트로이 발굴에 착수,마침내 호메로스의 「일리아스」가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사실의 기록이라는 파천황의 발견에 이른다.역사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고고학,그것은 바로 슐리만으로 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서구문명의 뿌리를 찾기 위한 그리스·로마문명 탐구 ▲스핑크스를 낳은 이집트문명 해부 ▲바벨탑의 전설을 간직한 바빌론문명과 설형문자 해독 ▲인류사의 영원한 비밀을 간직한 중앙 아메리카문명 탐험 ▲현대고고학의 발전경로와 최근경향 소개 등 다섯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람은 이집트의 신비를 스핑크스,피라미드,미라라는 세가지 물상으로 압축한다.사막의 황색모래를 뚫고 솟아 있는 반인반수의 스핑크스는 과연 여성일까 남성일까.그리스의 스핑크스는 악마 에키드나의 딸로 여성,이집트 가자지역의 스핑크스는 남성이며,17∼18세기 유럽에서는 양성의스핑크스가 바로크식 정원의 장식물로 이용되곤 했다는 게 지은이의 설명이다.또 피라미드는 건축의 목적과 쓰임새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파라오의 석관이 놓여져 있는 조그만 방위에 세워진 거대한 요새,곧 무덤이라는 주장도 편다.

바빌로니아 문명의 본거지였던 페르시아제국의 옛도시 페르세폴리스 유적에서 나온 생소한 설형문자는 서구인들의 동양문명에 대한 접근을 막은 커다란 장애물이었다.이 설형문자의 텍스트를 해독하는 데는 그로테펜트라는 독일의 한 교사가 제기한 가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그러나 로제타 스톤의 상형문자를 해독한 샹폴리옹은 「이집트학의 창시자」로 공인받고 있는 반면 그로테펜트의 업적은 무시되다시피 하고 있다.세람은 이같은 아이러니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 변덕』이라고 일갈한다.

그리스·로마문명에 결코 뒤지지 않았지만 서구 황금만능주의자들의 탐욕에 의해 짓밟힌 중앙아메리카 문명은 또 어떠한가.에스파냐의 멕시코 정복자 코르테스 일행은 아즈텍 원주민들의 후의를 피비린내나는 살육으로 응답,이 지역의 유산은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이 드물다.이 책에서는 정글속 사원도시 팔렌크의 유적을 비롯해 특이한 건축구조의 「태양사원」(일명 「트로피 사원」),전형적인 올멕 스타일의 제의용 도끼 등 기묘하고 화려하며 괴기스런 중앙아메리카 문명의 상징들이 소개된다.너무나 짧은 기간에 몰락했기에 비감한 정서마저 끓어오르게 하는 이 중앙아메리카의 문명을 지은이는 수메르·바빌로니아·앗시리아·크레타·그리스·로마·이집트문명과의 총체적인 맥락속에서 살핀다.

지은이는 끝으로 『고고학의 개척시대는 지나갔다.하지만 지난날의 뛰어난 업적만으로
1996-10-2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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