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표절시비 왜 끊이지 않나

가요계 표절시비 왜 끊이지 않나

서정아 기자 기자
입력 1996-01-17 00:00
수정 1996-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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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소동 계기로 본 실태와문제점 진단/전문성 지닌 작사·작곡가 태부족/신세대 입맛 맛는 리듬·가사 조합/표절은 친고죄… 처벌제도 개선돼야

창작의 역사만큼 길다는 표절.어떤 예술문화장르에서도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그룹 「룰라」의 표절시비를 계기로 드러난 우리 가요계의 표절실태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몇년전 드라마 주제가로 크게 히트한 「질투」와 「마지막 승부」는 표절혐의가 짙다는 지적에 따라 작곡자가 중도에 멜로디를 바꾸는 일도 있었다.또 표절이라는 판정은 없었지만 PC통신이나 일부 언론등을 통해 표절의혹이 제기된 노래들은 숱하게 많다.룰라의 2집 「날개잃은 천사」,김원준의 「짧은 다짐」,녹색지대의 「준비없는 이별」,Ref의 「이별예감」,김현철의 신곡 「나를」 등 요즘 인기있는 웬만한 노래들이 「표절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들어 표절시비가 더욱 거세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제대로 된 작사·작곡자가 없는 가요계 풍토를 들 수 있다.하루에도 몇개씩 새 앨범이 쏟아지고음반판매 1백만장 시대에 돌입한,양적으로 팽창된 우리 가요계지만 전문성을 띤 작곡자를 보기는 힘들다.가요인기도가 10대들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최근에는 가요프로덕션이 주수용자층인 신세대들의 입맛에 맞는 리듬·멜로디·가사등을 미리 설정해놓고 그에 맞는 작사·작곡자를 찾아내 노래를 조합해내는 현실이다.즉 「장인정신」은 없고 상혼만 만연해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90년대들어 「샘플링」이라는 새 기법이 가요계에 도입되면서 표절과 비표절의 경계가 흐트러진 이유를 들 수 있다.「샘플링」은 샘플러(Sampler)라는 컴퓨터 음악기기를 이용해 여러 노래에서 멜로디를 따오거나 이를 변조할 뿐 아니라 어떤 소리도 만들어내는 기법.이를테면 한 책을 쓰기 위해 다른 책들의 부분부분을 모아 만든 참고자료같은 것이다.

KBS 「가요 톱 텐」의 이태옥PD는 『샘플링은 다른 노래의 리듬을 따 자신의 노래 전주나 간주부분에 원용하는 것으로 표절과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문제는 몇몇 가수들이 샘플링이라는 이름하에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같은 경우에는 표절로 봐도 무방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와 함께 최근들어 표절곡이 도마에 자주 오르는 것은 수용자들의 수준이 높아진 점에 기인한다.특히 이들은 PC통신을 통해 동호회등을 만들어 전문적으로 대중가요를 듣는 매니아집단으로 이번 룰라의 「천상유애」도 이들이 먼저 표절시비를 제기했다.대중문화의 전문가층이 얇은 우리 현실에서 이들은 표절감시단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표절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표절을 처벌하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다.현행법상 표절은 「친고죄」다.어떤 노래가 표절시비에 붙었다해도 원곡의 당사자가 이를 법원에 고소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

공윤측은 『표절은 어디까지나 개인간의 저작권법 문제이기 때문에 공윤은 「제3자의 입장」을 고수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다만 각 방송사의 심의실이 자체 판정으로 표절이라고 판단될 경우 이를 방송금지하는 경우는 있다.

사실 창작품을 놓고 『이건 표절이다,아니다』라고 자로 재듯 판정내리는 일은 매우 힘들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그러나 허약한 우리 가요계풍토를 감안할때 공윤의 「물러서기」는 문제가 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 가요음반에 대한 사전심의제가 폐지돼 앞으로는 사후심의가 실시된다.때문에 그동안 「사전검열」에 주력했던 업무를 음반출반후 「표절」여부를 가리는 쪽으로 전향하는 장치가 시급한 현실이다.<서정아기자>
1996-01-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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