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 제조 동해통상(앞서가는 기업)

현악기 제조 동해통상(앞서가는 기업)

오일만 기자 기자
입력 1995-09-28 00:00
수정 1995-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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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세계시장 30% 점유/고급품 생산 자동화… 음색 뛰어나/비올라 등 구미·아주 30개국 수출

한국산 바이올린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명기하면 으레 「스트라디바리」 등 외국제품을 떠올리지만 우리 상표가 「세계 제일」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해종합통상(대표 심재엽·49)이 한국의 「스트라디바리」를 만드는 주인공.무역업에서 제조업으로 돌아선 지 7년만에 심로라는 고유 브랜드로 해외시장의 30%,국내시장의 60%를 휩쓸고 있다.지난 해 3백70만달러,올해 5백만달러를 수출해 세계 시장에서 호령하던 일본의 스즈키사를 제치고 1위업체로 떠올랐다.미국과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 등 세계 30개국에 바이올린과 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등 악기를 수출한다.

틈새시장 비집기라는 특유의 전략이 주효했다.현악기의 제작 방법은 전문가 용으로 손으로 만드는 마스터 공법과 대중용으로 만드는 주형 프레스의 두가지.심사장은 손으로 직접 깎아 만드는 고급품을 기계로 양산하는 신공법을 개발한 것이다.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착상으로 고급품과 대중품의 틈새인 대중화된 고급품으로 세계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년여에 걸쳐 가구공장에 자문해가며 직접 기계를 설계,제작했다.공정의 80%를 자동화시켜 1백70여 과정을 40여개로 단축했다.그 덕에 수제품에 버금가는 고급품을 대중품 가격으로 팔게 돼 스즈키사의 시장을 잠식했다.미국에서 고급 관현악기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UMI사가 거래선을 스즈키에서 동해로 돌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일본에도 지난해 30만달러어치를 수출했고 연말까지 40만달러가 예상된다.수출가격은 바이올린이 1백달러,첼로가 3백달러 선이다.

심사장은 (주)대우에서 악기 교역 전문가로 일하다 지난 78년 무역업체를 세웠으나 지난 88년부터 아예 강원도 문막에다 제조공장을 차렸다.노사분규가 극심했던 때에 브랜드 명을 자신의 성인 심과 노동자의 노를 따 심로라고 정했다.노사가 합심해서 명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심로 악기가 음색이 뛰어난 비결은 원목.자연상태로 5년 이상 건조시킨 가문비 나무와 단풍나무를 사용해 앞뒤판을 각각 만들고 줄을 떠 받치는 모든 부속은 인도산 흑단을 쓴다.자연건조로 원목의 성질을 그대로 간직해 깊은 소리와 함께 공명이 크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음악적인 마인드를 심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장인의 혼이 깃든 악기라야 제소리를 낸다는 지론으로 매년 4회 이상 2백여명의 직원들에게 심로 악기로 연주회를 갖는다.독일의 명장들을 초대해 매년 한달간 실시하는 현장교육도 효과가 크다.심사장은 심로의 선율이 세계 곳곳에 울리게 한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오일만 기자>
1995-09-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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