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시장에 「러」 돌풍/독점지배 「데 베르사」에 도전장

다이아몬드시장에 「러」 돌풍/독점지배 「데 베르사」에 도전장

고명섭 기자 기자
입력 1995-09-18 00:00
수정 1995-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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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부족 해소위해 독자판매 시도/원석값 하락 부채질… 판도재편 예고

다이아몬드 세계의 세력판도가 바뀌고 있다.세계시장을 독점지배해온 남아공 데 베르사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데 베르사는 런던의 「센트럴 셀링 오거니제이션」(CSO)이라는 다이아몬드 원석 중개상을 손아귀에 쥐고 세계 다이아몬드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최대 다이아몬드 채광회사다.최근 러시아가 이 지배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시장경제체제로 돌아선 뒤 외화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는 다이아몬드 수출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CSO를 거치지 않는 독자적인 판매망을 개척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데 베르사의 통제아래 있는 CSO는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80%를 사고 파는 거대 중개상이다.CSO는 사들인 원석을 5천종류로 나눠 박스단위로 세공업자들에게 되판다.세공업자들은 거친 원석을 다듬어 완성품 다이아몬드로 만든다.

러시아는 지난 91년 CSO와 체결한 계약에서 생산된 원석의 95%를 CSO에 팔기로 했다.그러나 1∼2년 전부터 러시아는 상당량의 원석을 CSO를 건너뛰어 수출하고 있다.특히 저급 다이아몬드 세공술이 발달한 인도쪽으로 수출을 늘려 저급 원석의 가격을 최고 15%나 떨어뜨렸다.데 베르는 러시아가 지난해 10억달러(러시아 자체추정은 8억달러)의 원석을 CSO를 거치지 않고 「밀수출」했으며 CSO에 직접 판매한 것은 12억달러어치밖에 안된다고 밝혔다.CSO를 배제하고 직접 세공업자에게 수출함으로써 러시아는 35%나 더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는 주장도 있다.

러시아와 CSO간의 거래계약은 올해 말로 끝난다.이에 따라 CSO는 계약경신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양측의 견해차가 커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만약 계약경신이 실패한다면 세계 다이아몬드시장은 현재의 불안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계약실패는 곧장 다이아몬드시장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다이아몬드는 장식용일 뿐만 아니라 투자대상이기도 해,가격이 부침을 거듭할 경우 안정적인 투자대상이라는 기존의 관념이 깨지면서 투자자의 발길이 멀어지고 뒤따라 가격이 더욱 떨어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독자적 수출망 구축 말고도 다른 야심을 가지고 있다.세계적인 세공산업을 키우는 것이다.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거래된 다이아몬드 원석의 가격은 50억달러 정도였다.그러나 이 원석이 세공을 거쳐 완성품이 되면 값이 1백억달러에 이른다.세공까지 직접 할 수 있다면 훨씬 많은 돈을 벌수 있다는 것이 러시아의 생각이다.이미 지난 8월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은행들은 1천2백만달러를 공동투자해 연 72만 캐럿을 세공할 수 있는 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동시에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등지에서 세공기술자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다이아몬드산업은 현재 러시아에서 4번째로 큰 외화벌이 산업이며 러시아는 데 베르에 이어 세계 2위의 다이아몬드 생산국(세계생산량의 25%)이다.러시아는 2000년까지 다이아몬드수출을 3배(6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이같은 야심이 실현되면 러시아는 대규모 광산과 세공산업을 동시에 가진 유일한 나라가 되며 CSO에 버금가는 막강한 힘을 갖추게 된다.향후 다이아몬드시장에 어떤 풍랑이 일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고명섭 기자>
1995-09-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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