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터널사 사실상 파산

유러터널사 사실상 파산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5-09-17 00:00
수정 1995-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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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1백46억달러… 이자 지불 18개월간 불능/과도한 건설비·손님없어 연수 11억달러 불과

유럽에서는 대규모로 벌인 사업치고 성공하는게 없다.유럽 최대 위락시설인 유러디즈니가 만성적자에 허덕이는데 이어 사상 최초의 영·불간 바다밑 터널 운영회사인 유러터널사는 사실상 파산해버렸다.

유러터널사의 공동사장인 패트리크 퐁솔씨는 지난 14일 이 회사가 안고 있는 부채에 대한 이자를 앞으로 18개월동안 내지 못하게 됐다고 선언했다.이는 공식적인 파산선언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파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퐁솔사장의 발표가 있은 직후 파리증권시장에서 유러터널사의 주가는 6.5%가 곤두박질해 투자자들의 충격을 반영했다.72만명의 주주가운데 대주주와 프랑스의 60만명의 소주주들은 물론 일반인들마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유러터널사의 부채규모는 순수부채 1백21억달러(9조7천5백억원)를 합쳐 모두 1백46억달러(약11조2천5백억원)의 천문학적인 규모이다.

연간 11억달러의 수입으로는 18개월의 지불기한을 지키기가 어려울것이라는 전망이다.따라서 유러터널사는 곧 거래은행들과 협상에 들어가지만 회생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유러터널사가 지난해 5월 역사적인 첫 운행을 시작한지 1년여만에 파산하게 된데는 엄청난 해저터널건설비를 감당하지 못한 탓이다.지난 87년 건설을 시작할 당시만해도 4조3천만원정도에 불과했던 건설비가 지난해 완공때는 약 7조원으로 불어났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고도 38%의 건설비가 증액된 것이다.또 영불해협을 운항하는 페리호에 비해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파리∼런던을 운항하는 고속열차 유러스타의 왕복요금이 11만7천원인데 비해 페리선박회사들은 단돈 1천3백50원으로까지 내려 고객유치에 열성이다.페리호에서는 면세점운영수입으로 요금인하에 대한 적자를 보전하지만 유러스타는 면세점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을 페리호에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런던∼폴케스톤간 영국구간에는 유러스타가 고속으로 운행되지 않아 파리∼런던간 3시간15분을 더이상 단축하지 못한다.이 점은항공기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러터널사가 파산에서 벗어나는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어느것 하나 신통한 것이 없다.자본금의 증자로 기업을 살리는 제1안은 유러디즈니가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취했던 것이다.

그러나 72만명의 주주가운데 60만명이 소주주이어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부채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제2안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던 지난달부터 신중히 검토돼 왔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이 났다.

유러터널사는 주주들이 경제적인 손실을 입었는데도 액면상 재산증식효과를 가져오는 이 방안을 갖고 주주들을 설득할 수가 없는 탓이다.<파리=박정현 특파원>
1995-09-1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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