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갑시다/강한섭 서울예전교수·영화평론가(굄돌)

극장에 갑시다/강한섭 서울예전교수·영화평론가(굄돌)

강한섭 기자 기자
입력 1994-11-01 00:00
수정 1994-11-0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자주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볼까.일류 극장으로부터 동시상영을 자랑하는 3류 영화관을 통틀어서 연간 총관객수는 5천여만명 정도다.엄청나게 많은 숫자 같지만 전체 평균으로 따지면 한국인들은 연간 한번밖에는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그중에서 한국영화를 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약 15% 정도니 대략 계산하면 한국사람 6명이나 7명중에 겨우 한사람만이 1년에 한번이라도 한국영화를 보는 셈이다.좀 부끄러운 수치다.

그러나 극장에 가보라.관객들의 대부분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에 이르는 학생층이다.거기에 시집 장가 가기 위한 청춘사업의 일환으로 극장을 찾아 건성으로 영화를 보는 데이트족들이 끼어 있다.보통의 성인 한국사람들은 왜 그리 바쁘고,뭐 그리 대단한 일들을 하고 사는지 나이 서른이 넘어 사회에 손바닥 만한 자기 거점을 마련하면 극장과는 담을 쌓고 살아간다.그리고는 잘나빠진 컬러텔레비전을 부둥켜 안고 시선을 브라운관에 고정하고 살아간다.

영화를 보는 재미로 살아가는필자의 입장에서는 정말 영화관에 가지 않는 사람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이해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영화 본지 참 오래됐어』라는 말을 무심고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됐다는 생각까지 든다.

텔레비전에 심드렁해지면 사람들은 동네 비디오 대여점을 정기적으로 들락거리게 된다.값도 싸고 번거롭지도 않으니 비디오로 영화감상의 경험을 대신하는 사람들의 계산을 알만하다.그래서 우리나라의 비디오 산업은 시작된 지 10년도 채 안되었는데 영화산업의 거의 50배에 달하는 1조원의 시장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비디오로 영화를 보는 것은 절대로 영화 보기의 진정한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주지 못한다.비디오를 감상하는 집의 공간의 지나치게 밝고 시끄럽기 때문이다.그래서 비디오를 보면 필자는 항상 아주 긴 예고편을 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1994-11-01 12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