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의 교훈/김용한(굄돌)

바이킹의 교훈/김용한(굄돌)

김용한 기자 기자
입력 1994-07-10 00:00
수정 1994-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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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 세계는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다.비록 우리가 목표했던 바는 이루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분전은 승리 못지 않은 기쁨과 가능성을 선사했다.월드컵 행사와 관련한 일인데 개막전 행사로 벌어진 축하 퍼레이드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각국의 현지교민들이 자국의 전통의상과 상징을 내세우고 행렬을 하는데,한국교민들이 선택한 상징은 우리들의 단골 메뉴인 거북선이었다.이순신장군과 거북선,정말 우리에겐 자랑스럽고 위대한 역사의 하나다.그렇지만 과연 세계 사람들이 거북선의 나라가 곧 한국이라는 등식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1893년 미국 시카고만국박람회를 앞두고,노르웨이의 한 민간단체는 약소국이었던 자국을 세계에 소개하기 위해 기발한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고고학적 자료에 의하면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보다 수백년 전에 이미 바이킹족이 아메리카대륙으로 항해했다고 한다.이러한 조상들의 뛰어난 항해술과 개척정신을 세계에 알리자는 계획이었다.국민들의 성금이 모아지고,배무덤에서 발굴된 바이킹배를 모체로 하여 재현된 복원선이 대서양을 횡단하여 시카고의 만국박람회장에 도착했다.

그들의 성공적 항해는 박람회 행사의 압권이었으며,바이킹의 항해술을 실험적으로 증명해 보였던 것이다.아마도 이제는 바이킹의 나라,노르웨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들은 훌륭한 해양전통을 이어받은 후예임을 인정받았고,결국 수산,조선,해운의 분야에서 세계적인 해양 강국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조선과 해운분야에서 세계 상위권을 누리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만은 아니다.우리의 바탕이 매우 견실하고 뿌리 깊은 것임을 알리는데 게으르지 말아야 한다.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이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로 취급받는 일이 없도록 지혜와 노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해양유물전시관 학예연구실장>

1994-07-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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