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영화가 UR파고 넘는다/황규호부국장급(객석에서)

재미있는 영화가 UR파고 넘는다/황규호부국장급(객석에서)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4-02-24 00:00
수정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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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재미로 말하면 미국영화를 으뜸으로 꼽는다.기발한 기상천외성과 스케일이 큰 화면에 빨려들어가는 재미가 있다.그래서 더러는 오래도록 가슴을 적시어주는 어떤 알맹이가 없다고 비판한다.할리우드 스타일의 오락물이라고….

그러나 미국영화는 여전히 세계시장을 잡고있다.문화대국이라는 프랑스마저도 영상물을 통한 양키문화의 시장점유를 경계하는 모양이다.경계라기보다는 노골적으로 열을 올려 펄쩍펄쩍 뛴다.뛰어도 대세는 어찌 할 수 없다.보는 사람들,관객의 기호는 미국영화를 보지 않고 못배겨날 정도로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문화에 대한 대중적 재미」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왔다.「영원한 제국」을 쓴 신인작가 이인화씨가 어느 계간지 봄호 대담에서 「대중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UR시대 문화」라고 규정했다는 것이다.UR시대의 문화산업에는 재미라는 상업주의가 반드시 내포되어야 한다는 논리다.오늘의 우리 영화산업이 한번쯤 반추해 볼 대목이 아닌가 한다.

영화는 본래 흥행의 속성을 지닌다.그러니까 상업주의와는 결코 무관한 관계가 아니다.흔히 방화로 불리는 우리영화 상업성을 무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4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극영화 「화엄경」이 특별상 부문인 바우어상을 탔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 우리영화를 다시 생각해 본다.그 흥미진진한 미국영화가 직배형식을 빌어 한국시장을 잠식한지가 이미 오래되었지 않는가.그리고 UR파고를 타고 다른 외국의 영화들이 역시 시장을 넘보고 있다.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특별상 수상 하나를 놓고 마냥 들떠있을수 만은 없는 것이다.

1994-02-2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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