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기술주도시대… 새변신 필요”

“21세기는 기술주도시대… 새변신 필요”

입력 1994-01-06 00:00
수정 199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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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케네디교수 「21세기 한국」 강연/한국,강대국과 「다층적 외교」 펼쳐야/중국 세기말 초강대국화… 주시토록

세계는 지금 21세기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다. 인류에게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예고하고 있는 21세기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 대변혁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것인가.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내한한 폴 케네디교수는 5일 롯데호텔에서 「21세기 준비 어떻게 할것인가­세계속의 한국,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6백여명의 각계인사가 참석한 강연에서 케네디교수는 『냉전체제가 무너진 오늘날 세계는 과거 어느때보다도 엄청난 범세계적인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다』고 전제,『이같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며 기술이 그와같은 변화와 발전을 계속 주도하게 될것』이라고 진단했다.

21세기의 변화조류와 관련,그는 『앞으로의 도전은 초강대국간 대결이 아니라 새로운 두 거대 세력간의 구조적 긴장,즉 빈곤지역의 지속적인 인구폭발과 부국들의 기술폭발간 균열에서 나타나게 될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정학적인 특수성을 가진 한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설정이 긴급한 과제라고 밝힌 그는 특히 『중국이 경제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국방력의 꾸준한 증가로 금세기말쯤에는 동아시아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한국은 앞으로 자국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을 주시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네디교수의 특별강연 요지는 다음과 같다.

거센 변화의 소용돌이에 싸여있는 오늘의 세계는 「도전」과 「발전」이라는 용어로 집약될 수 있다.이는 과학·기업경영·기술·새로운발명·통신과 뉴스송수신등의 분야에 있어서 변화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급속하고 복잡한 변화속에서 어떤 국가는 그들의 지리적 입지와 그들이 직면한 다각적 도전으로 인해 특별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여기에는 물론 한국이 포함된다.

한국이 21세기를 준비하는데 직면하게 될 도전은 무엇인가.개략적으로 단기적도전,중기적도전,장기적·세계적도전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우선 한국이 직면한 직접적이고도 단기적인 도전은 예측하기 힘든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다.외교적 분쟁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윈스턴 처칠경이 말한 『싸움보다는 대화』가 좋다.

다음으로 중기적인 도전은 한국을 둘러싼 주변 세계열강의 정치적 역학관계에서 찾아 볼수 있다.한국은 이들 열강 즉 미국·러시아·중국·일본에 대해 보다 현명한 「다층적」외교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들 4대 열강의 국내정세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파악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우선 미국은 예측이 가능한 나라다.미국경제는 비교적 성장이 완만하더라도 금융기관의 도산과 같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뿐더러 미국의 외교 및 국방정책은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러시아와 구소련의 여러공화국들은 일부 보수 극우 정부의 탄생,혹은 내란으로 주변국에 커다란 불안요인으로 등장할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다.그러나 개인적인 견해로는 설사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세계시장의 동요 요인은 될지언정 한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일본에 대해서도 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잊지 못하는 일부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하지만 일본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경제적 측면의 불안요소와 자민당 구질서가 붕괴된 정치적 측면등을 고려하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 및 동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거대한 중국의 대부분을 휩쓸고 있는 대대적인 변화의 결과를 예측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부형태와는 관계없이 경제의 눈부신 성장과 군의 지속적인 근대화등을 볼때 금세기말 아니면 그직후 중국이 이 지역의 초강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치 및 외교관계보다 지구촌에 보다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던 초강대국간의 대결이 아니라 광범위한 초국가적 두 거대 세력의 구조적 긴장이다.

전세계적 도전으로 특징지워지는 이 긴장관계는 다름아닌 인구폭발과 기술폭발간의 균열이다.21세기로 진입하고 있는 지구촌은 한편으로는 매년 9천5백만명이라는 인구증가속에 또 다른 한편으로 고용구조와 경제성장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새로운 상품제조방법,교역방식,농작물재배방식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일부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선진권과 후진권간에는 몇개의 중요한 「인구­기술균열선」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균열선의 한쪽에는 인구증가율이 정지·감소상태고 고도의 기술을 가진 선진국들이 자리잡고 다른 한쪽에는 가난하고 고갈된 자원과 폭발적인 인구증가율의 빈국,예를들면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동 남미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주병철기자>

□약력

▲1945년 영국출생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박사 ▲독일 본대학 미국 프린스턴대 독일 훔볼트재단 알렉산더연구소 초청연구원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 ▲현재 미국 예일대 교수
1994-01-0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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