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하게 부드럽게/이용성 중소기업은행장(굄돌)

약하게 부드럽게/이용성 중소기업은행장(굄돌)

이용성 기자 기자
입력 1992-06-16 00:00
수정 1992-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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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승강,유지승강,천하막불지,막능행…」노자는 물처럼 유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능히 이길 수 있음을 예시하면서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유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을 천하가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행하지를 못한다」고 적고 있다.이른바 민주화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사회 주변의 많은 분규를 접할때마다 나는 이 글귀를 자주 떠올리며 그 의미와 교훈을 되새기곤 해본다.

처음에는 모두가 잘해보자는 뜻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종전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부분이 늘어나고 계층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다보니 결국 갈등이 표출,증폭되어 분교라는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지게 되었다.이것은 어떻게 보면 「앨빈 토플러」가 「제3의 물결」에서 갈파한 것처럼 「산업중심의 문명을 유지하는 기반인 역할분담,의무와 책임에 관한 가치관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현상」을 방불케 하는,매우 혼란스럽고 생소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당연한 결과로 우리 경제 및 사회전반은 일찍이 예상치 못했던 진통으로 크게 흔들렸었고 값비싼 대가를 치렀으며 불가피하게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를 안게 되었다.

사태의 전말이 이러할진대 그간의 술한 분규의 핵심적인 원인은 무엇이었던가 생각해보자.

한마디로 각 주체가 겸허한 자세를 취하기 보다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오만한 위세를 자랑하지는 않았던가? 같은 배에 탄 입장에서 어느쪽도 승자가 아니라는 데에 생각이 이르면 답은 자명해진다.피차 길게 이기는 방법을 모르고 그저 찰나의 승기를 잡고자 우격다짐으로만 일관했던 것이다.

「약하게…부드럽게…」성현이 일깨워준 승리의 비결을 따르는 자는 영원히 이길 것이요,역행하는 자는 영원한 패배를 자초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바이다.

1992-06-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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