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물량적어… 난동대비 새벽강행/“「큰손」엔 추가담보없이 구제… 서민만 피해”/대전선 2명이 도끼로 단말기 때려부숴
장기침체로 맥이빠진 주식시장을 한달 넘게 쥐고 뒤흔들어왔던 「깡통계좌」의 반대매매가 10일 드디어 실행에 옮겨졌다.
9월부터 확성기를 틀어놓듯 증권가의 골목골목과 투자자들의 귓전을 때려왔던 반대매매의 강행은 예고날짜에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꼭두새벽부터 투자자들이 닿을 수 없는 꼭대기 사무실 등에서 비밀작전처럼 기습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엄하기만 했던 예고의 목소리나 치밀하고 비밀스러운 실행스케줄에 비해선 청산된 깡통계좌의 양과 질이 모두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사와 증시안정기금이 손을 잡고 해당 투자자들의 의사에 반해 이날 반대매매로 강제정리한 깡통계좌는 모두 8백87만주,9백90억원(8일 종가계산)어치였다.
이 규모는 증권사 사장단이 모여 깡통계좌를 「장세회복을 방해하는 증시 공적1호」로 규정하면서 일괄정리하겠다고 선언한 9월8일의 해당물량 3천9백억원(당시 종가기준)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일괄 강제 청산 방침과 함께 한달동안 투자자 및 개별 증권사의 자진ㆍ자체정리를 위한 유예기간을 주었었다. 이 사이에 깡통을 찬 계좌가 이렇게 격감한 것은 「개인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증시회복의 대국을 위해」 깡통을 정리하거나 추가담보를 넣어 이를 면한 투자자가 많았던 탓인가.
그러나 이는 완전히 틀린 추측이다. 반대매매 대상을 최종결정한 지난 8일 종가당시만 해도 강제처분 물량은 2천5백억원 정도였다.
유예기간중 이루어진 깡통계좌 감소는 그런대로 자발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휴장했던 9일 단 하루사이에 1천5백억원의 자발적인 정리ㆍ청산이 이루어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강제처분된 깡통계좌는 일괄정리의 엄포와는 달리 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일 종가로 「깡통계좌」 꼬리표가 찍힌 투자자들이 10일의 반대매매를 면하려면 9일날 담보부족액 만큼의 현금이나 유가증권(주식ㆍ채권)을 증권사에 갖다줘야 한다. 하룻만에 「깡통」에서 벗어난 투자자들 가운데 실제 이렇게 한 사람도 없는 건 아니나 대부분이 「변칙적인」 편법이나 「형평에 어긋난」 정실에 의해 반대매매를 면했다.
증권당국이 여러차례에 걸쳐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부동산담보나 연대보증인 설정,약속어음공증이 현금ㆍ유가증권을 대신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 나아가 증권사 임직원의 일임매매로 깡통이 됐기 때문에 투자자가 강력하게 대리투자 분쟁에 나설 계좌,지점장 등과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고위기관에 있는 투자자의 계좌 등은 이러한 부족액을 메우지 않고도 반대매매에서 구제되었다.
또 일부 증권사는 콘도회원권이나 골프회원권까지 추가담보로 인정해 주었으며 몇몇 소형증권사들은 「큰손」들에 한해 추가담보도 받지 않고 강제정리 대상에서 제외시켜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반대매매로 증권사에 주식통장을 뺏겨 주식재산을 몽땅 털린 「깡통」 투자자들은 구제할 수 없을 만큼 악성인 미수계좌들과 추가담보나 이렇다할 뒷배경이 없는 소액ㆍ서민들의 계좌일 가능성이 짙다. 이 때문에 강제처분 재산이예상보다 적어 「무난ㆍ무사하게 치러진듯」 싶은 이날의 반대매매에 대해 깡통이나 미수와는 담을 쌓은 양질의 투자자들까지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달동안 해당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대ㆍ저지 시위뿐만 아니라 주가를 속락시켜왔던 「반대매매」는 마지막 단계에서 이렇듯 깨끗하지 못한 흠을 남겨 앞으로 변칙구제계좌에 대한 처리문제와 형평성에 관한 비난을 두고두고 안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증권사 주장대로 깨끗이 청소된 깡통계좌의 숫자에 못지않게 반대매매의 결행 과정이 별로 깨끗하거나 떳떳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소중한 주식재산을 털리게 된 해당투자자들이 맨몸으로라도 결사반대할 경우를 사전 대비한 것이겠지만 이날의 매매체결을 날치기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숱하다.
25개 증권사들은 휴일인 9일 20∼30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깡통계좌 선별작업을 벌였고 지적대로 「별로 깨끗하지 못한」 이 작업은 예정을 훨씬 넘어 하오 11시에나 끝나 매수측인 증안기금에 통보됐다. 증안기금은 이 계좌들을 종목별로 취합해 매수주문을 내고 각 증권사들은 반대로 매도주문을 작성했는데 통보가 늦은 만큼 철야로 진행되었다. 반대매매 작전의 「압권」은 매매체결이 실제 일어나는 증권전산의 온라인 시스템 단말기 입력으로서 증권사ㆍ증안기금ㆍ증권전산의 합의아래 이같은 입력은 통상보다 6시간이나 빠른 새벽 2시의 어둠속에서 이뤄졌다.
「사자」 「팔자」의 주문량이나 단말기 용량을 감안하면 보통처럼 상오8시부터 1시간반이면 충분히 마무리 될 수 있으나 투자자들과 일선 직원들이 실력행사로 나올 것에 대한 염려에서였다.
투자자들이나 반대의사를 표명한 직원들이 잠에서 깨어나 「결전」에 나서기 전에 이미 작전은 끝나버린 것이다.
○…이 결과 10일의 증권사 본사 및 전국 점포는 한두건의 예외를 제외하곤 너무나 평온ㆍ태평한 모습이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나왔을 때는 이미 일이 끝나버렸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빌딩마다 청원경찰 및 전경들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증권사 본점이 운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는 대부분증권사 빌딩 전면이 셔터로 방비되었고 띄엄띄엄 전경들이 깔려 있을 뿐 투자자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투자자 시위의 본산인 명동부근도 비슷한 평온 상태를 유지해왔으나,대전과 전주에서는 아주 극소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심각한 시위가 벌어졌다. 상오8시40분쯤 대전시 동구 한국투자증권지점에 권철주씨(57)와 30대 남자등 2명이 도끼와 부엌칼을 들고 난입,대형유리창과 컴퓨터단말기 3대,전화기 4대 등을 부수는 등 40여분동안 「난동」을 부렸다.
○…외형상 아무 탈없이 완료된 반대매매는 담보부족금 회수와 일임매매 분쟁을 둘러싸고 무더기 송사가 예상되고 있다.
강제처분 물량이 적은 만큼 증권사가 꿔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담보부족분의 손실금은 당초 예상규모 4백억원을 크게 밑돌게 됐지만 금액의 대소와는 상관없이 이의 회수ㆍ처리가 크나 큰 골치거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투자자들을 윽박질러 주식이 아닌 딴 재산을 팔아서라도 이를 갚으라고 하기엔 자신들의 불법 행위인 일임 및 임의매매가 켕기기 때문이다. 일선 직원한테 손실보전을 추궁하는 증권사도 있고 투자자와의 분쟁에 대비,특별대책반을 구성한 회사도 부지기수다.
이날 반대매매를 「얼렁뚱땅」 마친 부작용으로 깨끗이 정리하기로 한 「깡통계좌」가 내일부터라도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가가 올라주면 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때는 또 재수없게 걸려 이날 주식을 빼앗긴 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반도 못되는 깡통계좌를 정리하긴 했으나 이와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김재영기자>
장기침체로 맥이빠진 주식시장을 한달 넘게 쥐고 뒤흔들어왔던 「깡통계좌」의 반대매매가 10일 드디어 실행에 옮겨졌다.
9월부터 확성기를 틀어놓듯 증권가의 골목골목과 투자자들의 귓전을 때려왔던 반대매매의 강행은 예고날짜에 어김없이 이루어졌다. 꼭두새벽부터 투자자들이 닿을 수 없는 꼭대기 사무실 등에서 비밀작전처럼 기습적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엄하기만 했던 예고의 목소리나 치밀하고 비밀스러운 실행스케줄에 비해선 청산된 깡통계좌의 양과 질이 모두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사와 증시안정기금이 손을 잡고 해당 투자자들의 의사에 반해 이날 반대매매로 강제정리한 깡통계좌는 모두 8백87만주,9백90억원(8일 종가계산)어치였다.
이 규모는 증권사 사장단이 모여 깡통계좌를 「장세회복을 방해하는 증시 공적1호」로 규정하면서 일괄정리하겠다고 선언한 9월8일의 해당물량 3천9백억원(당시 종가기준)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일괄 강제 청산 방침과 함께 한달동안 투자자 및 개별 증권사의 자진ㆍ자체정리를 위한 유예기간을 주었었다. 이 사이에 깡통을 찬 계좌가 이렇게 격감한 것은 「개인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증시회복의 대국을 위해」 깡통을 정리하거나 추가담보를 넣어 이를 면한 투자자가 많았던 탓인가.
그러나 이는 완전히 틀린 추측이다. 반대매매 대상을 최종결정한 지난 8일 종가당시만 해도 강제처분 물량은 2천5백억원 정도였다.
유예기간중 이루어진 깡통계좌 감소는 그런대로 자발성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휴장했던 9일 단 하루사이에 1천5백억원의 자발적인 정리ㆍ청산이 이루어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강제처분된 깡통계좌는 일괄정리의 엄포와는 달리 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8일 종가로 「깡통계좌」 꼬리표가 찍힌 투자자들이 10일의 반대매매를 면하려면 9일날 담보부족액 만큼의 현금이나 유가증권(주식ㆍ채권)을 증권사에 갖다줘야 한다. 하룻만에 「깡통」에서 벗어난 투자자들 가운데 실제 이렇게 한 사람도 없는 건 아니나 대부분이 「변칙적인」 편법이나 「형평에 어긋난」 정실에 의해 반대매매를 면했다.
증권당국이 여러차례에 걸쳐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부동산담보나 연대보증인 설정,약속어음공증이 현금ㆍ유가증권을 대신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 나아가 증권사 임직원의 일임매매로 깡통이 됐기 때문에 투자자가 강력하게 대리투자 분쟁에 나설 계좌,지점장 등과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고위기관에 있는 투자자의 계좌 등은 이러한 부족액을 메우지 않고도 반대매매에서 구제되었다.
또 일부 증권사는 콘도회원권이나 골프회원권까지 추가담보로 인정해 주었으며 몇몇 소형증권사들은 「큰손」들에 한해 추가담보도 받지 않고 강제정리 대상에서 제외시켜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날 반대매매로 증권사에 주식통장을 뺏겨 주식재산을 몽땅 털린 「깡통」 투자자들은 구제할 수 없을 만큼 악성인 미수계좌들과 추가담보나 이렇다할 뒷배경이 없는 소액ㆍ서민들의 계좌일 가능성이 짙다. 이 때문에 강제처분 재산이예상보다 적어 「무난ㆍ무사하게 치러진듯」 싶은 이날의 반대매매에 대해 깡통이나 미수와는 담을 쌓은 양질의 투자자들까지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달동안 해당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대ㆍ저지 시위뿐만 아니라 주가를 속락시켜왔던 「반대매매」는 마지막 단계에서 이렇듯 깨끗하지 못한 흠을 남겨 앞으로 변칙구제계좌에 대한 처리문제와 형평성에 관한 비난을 두고두고 안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증권사 주장대로 깨끗이 청소된 깡통계좌의 숫자에 못지않게 반대매매의 결행 과정이 별로 깨끗하거나 떳떳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소중한 주식재산을 털리게 된 해당투자자들이 맨몸으로라도 결사반대할 경우를 사전 대비한 것이겠지만 이날의 매매체결을 날치기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숱하다.
25개 증권사들은 휴일인 9일 20∼30명의 직원들이 출근해 깡통계좌 선별작업을 벌였고 지적대로 「별로 깨끗하지 못한」 이 작업은 예정을 훨씬 넘어 하오 11시에나 끝나 매수측인 증안기금에 통보됐다. 증안기금은 이 계좌들을 종목별로 취합해 매수주문을 내고 각 증권사들은 반대로 매도주문을 작성했는데 통보가 늦은 만큼 철야로 진행되었다. 반대매매 작전의 「압권」은 매매체결이 실제 일어나는 증권전산의 온라인 시스템 단말기 입력으로서 증권사ㆍ증안기금ㆍ증권전산의 합의아래 이같은 입력은 통상보다 6시간이나 빠른 새벽 2시의 어둠속에서 이뤄졌다.
「사자」 「팔자」의 주문량이나 단말기 용량을 감안하면 보통처럼 상오8시부터 1시간반이면 충분히 마무리 될 수 있으나 투자자들과 일선 직원들이 실력행사로 나올 것에 대한 염려에서였다.
투자자들이나 반대의사를 표명한 직원들이 잠에서 깨어나 「결전」에 나서기 전에 이미 작전은 끝나버린 것이다.
○…이 결과 10일의 증권사 본사 및 전국 점포는 한두건의 예외를 제외하곤 너무나 평온ㆍ태평한 모습이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에 나왔을 때는 이미 일이 끝나버렸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빌딩마다 청원경찰 및 전경들이 포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날 증권사 본점이 운집해 있는 서울 여의도는 대부분증권사 빌딩 전면이 셔터로 방비되었고 띄엄띄엄 전경들이 깔려 있을 뿐 투자자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투자자 시위의 본산인 명동부근도 비슷한 평온 상태를 유지해왔으나,대전과 전주에서는 아주 극소수에 그치기는 했지만 심각한 시위가 벌어졌다. 상오8시40분쯤 대전시 동구 한국투자증권지점에 권철주씨(57)와 30대 남자등 2명이 도끼와 부엌칼을 들고 난입,대형유리창과 컴퓨터단말기 3대,전화기 4대 등을 부수는 등 40여분동안 「난동」을 부렸다.
○…외형상 아무 탈없이 완료된 반대매매는 담보부족금 회수와 일임매매 분쟁을 둘러싸고 무더기 송사가 예상되고 있다.
강제처분 물량이 적은 만큼 증권사가 꿔주었다가 돌려받지 못한 담보부족분의 손실금은 당초 예상규모 4백억원을 크게 밑돌게 됐지만 금액의 대소와는 상관없이 이의 회수ㆍ처리가 크나 큰 골치거리이기는 마찬가지이다. 투자자들을 윽박질러 주식이 아닌 딴 재산을 팔아서라도 이를 갚으라고 하기엔 자신들의 불법 행위인 일임 및 임의매매가 켕기기 때문이다. 일선 직원한테 손실보전을 추궁하는 증권사도 있고 투자자와의 분쟁에 대비,특별대책반을 구성한 회사도 부지기수다.
이날 반대매매를 「얼렁뚱땅」 마친 부작용으로 깨끗이 정리하기로 한 「깡통계좌」가 내일부터라도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가가 올라주면 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그때는 또 재수없게 걸려 이날 주식을 빼앗긴 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발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반도 못되는 깡통계좌를 정리하긴 했으나 이와 관련된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김재영기자>
1990-10-11 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