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폭력을 뿌리뽑자(사설)

조직폭력을 뿌리뽑자(사설)

입력 1990-02-18 00:00
수정 1990-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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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들이 날뛰고 있다. 서양의 마피아조직이나 일본의 야쿠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조직이 그렇고 잔인성과 흉폭함이 똑같다. 갖고 있는 무기도 무시무시하다.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폭력조직에 둘러싸이게 됐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16일 검찰에 구속된 양은파의 그동안의 행적에서 이들의 규모에 다시 한번 놀랐고 잔인성에 전율했다.

문제는 이같은 폭력조직이 전국화ㆍ대규모화돼 가는 데에 있다. 몇개의 폭력조직이 전국을 균점하고 거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외국의 실례를 빌리지 않고도 더 이상 시간이 지나면 손을 댈 수도 없이 돼버린다는 데서 방관할 여유가 없다. 그만큼 큰 사회적 문제가 돼버렸다.

크고 작은 조직폭력배들은 폭력을 행사할 때마다 도끼ㆍ생선회칼ㆍ가스총같은 무기 등을 사용함으로써 더욱 더 흉포해지고 있다. 또 조직은 기업화되고 있다. 간부급은 비싼 외국제 승용차를 굴리는 호화판 생활을 하고 조직원이 구속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뒷바라지까지 하고 있다. 마피아나 야쿠자조직에서나 있는것으로 여겨오던 것들이 그대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리를 절단하거나 아킬레스건을 끊는가 하면 전신을 칼로 찔러 예사로 병신을 만드는 수법이 너무 잔인하다.

이로 인한 피해는 너무나 엄청나고 가히 충격적이다. 이번에도 밝혀진 대로 대부분의 나이트클럽이나 대규모 유흥업소ㆍ유기장업소들이 조직의 지배 아래에 있다. 조금이라도 이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장사를 못하게 된다. 청부폭력을 일삼는가 하면 심심찮게 들리는 연예가폭력도 이들의 짓이다. 서진룸살롱 살인사건,뉴송도호텔 청부폭행사건이 그런대로 전모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고등학교에까지 손을 뻗쳐 아직 물불을 가릴 줄 모르는 이들을 조직원으로 선발,행동대원으로 만들어 조직을 확대해가고 있다. 정말로 끔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범죄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반영하는 것이다. 특히 조직폭력배의 경우 그렇다. 이들이 발을 붙일 여지가 없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가정교육,입시 위주의 학교교육,황금만능풍토,주변의 탈법과 불법 등 우리 주변의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이들을 낳는 온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시점에서 관계당국은 이들 폭력조직을 뿌리뽑는 데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폭력조직이 대규모ㆍ전국화할수록 이에 맞서는 정부의 대응은 보다 강력해야 된다는 점에서 전담부서의 강화를 촉구한다. 한때의 단속기간 설정이나 행동대원 구속 정도로는 이들 조직은 근절되지 않을 만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같은 조직은 우리 사회에 없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마련을 당부한다. 폭력을 없애려는 국가적인 의지가 필요한 때다.
1990-02-18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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