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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접종했는데 A형이라니”…경기 구제역 백신접종 ‘비상’

“O형 접종했는데 A형이라니”…경기 구제역 백신접종 ‘비상’

입력 2017-02-09 15:00
업데이트 2017-02-0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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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형 판정 연천 밤샘 살처분·매몰…수도권 축산농 불안 확산

“구제역 주기적으로 발생하는데 대책은 나아진게 없다” 한숨

충북과 전북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발생한 경기 연천의 구제역이 ‘A’형으로 확진되자 경기도 축산농가들은 적극적인 방역활동을 벌이면서도 백신 접종의 실효성을 믿지 못해 크게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구제역 양성으로 판정된 경기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 축산농가 반경 3㎞ 지역은 9일 우제류 이동제한 조치로 눈에 띄게 한산한 가운데 군부대 방제차량과 광역방제기, 군청 소독 차량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보호지역 내 15개 농가(소 11·염소 3·사슴1)에 대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제역이 발생한 농가에는 경기도청과 연천군청, 용역 등 14명이 동원돼 지난 8일 밤 10시까지 젖소 100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완료한 이후 9일 새벽 2시 30분까지 매몰작업을 끝냈다.

군은 현재 10곳에 운영되고 있는 가축통제소를 13곳으로 늘리고, 수의사를 동원해 백신 접종과 축산농가별로 예찰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받은 백신은 모두 O형이어서 연천지역 발생 구제역이 A형이라는 판정이 내려지자 “백신을 접종해도 별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며 지역 농가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상당수 지자체가 자체 예산을 들여 수의사를 고용, 일괄적으로 백신을 투여한 것과 달리 연천군은 농가에서 자율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도록 해 접종률이 떨어진 측면도 있다고 한 낙농업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1년 백신을 처음 들여와 접종했을 때 소들이 유산하고 우유 생산량이 많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며 “이후 백신이 다른 종류로 바뀌고 나서 그런 부작용은 사라졌지만, 처음 백신 투여 때의 나쁜 기억 때문에 지역 농가에서 접종을 꺼린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서 젖소 60마리를 사육하는 J(62) 씨는 “구제역은 2∼4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며 “이런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축산인을 탓하지 말고 백신 접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접종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아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우와 육우·젖소 등 12만8천5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어 경기도 내 전체 사육량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평택·안성시는 경기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자체적으로 축산농가 주변 출입을 자제하고 있으며, 방역 차량과 백신 접종을 위한 수의사만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젖소 150마리를 사육하는 낙농육우협회 하충호 안성지부장은 “구제역 발생 이후 사료 차량이 농가 정문에 사료를 내려놓으면 축사까지 파이프를 통해 이동하고 있으며, 전문가인 사료 회사 AS센터 수의사가 직접 백신 접종을 실시해 항체율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성지역 대부분 축산농가는 축협에 신청한 백신이 나올 때 사료 회사 AS팀과 일정을 맞춰 백신 지급일에 한꺼번에 접종을 완료하는데 농장주인이 큰 소를 붙잡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 사료 회사 전문 수의사에게 의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제역 발생 이후 축산관계자 대책회의를 열고 방지책을 논의했으며, 오는 15일 열릴 예정인 축산농가 총회도 미루고 가축도 세세하게 살펴보면서 축사 청결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시 송재경 축수산과 가축방역 팀장은 “평택지역 구제역 항체 발생률은 소 98%, 돼지 75%로 안정적이다”라며 “도축 전에 항체율을 검사해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구제역에 비교적 안전한 지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매주 금요일에는 송아지와 새끼 돼지 접종용 백신을 농가에 전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비육돈 3만5천만마리에 대해 구제역 보강접종을 하는 등 가축 전염병 예방에 축산농가와 공직자, 수의사 등이 한몸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평택시는 구제역 발생에 따라 오는 11일 신영2리 매상마을, 하북2리 대정마을, 대추리 평화마을 등 3곳에서 개최 예정이던 정월대보름맞이 행사를 취소했다.

국립 한경대 동물생명환경과학과 황성구 교수는 “구제역 백신 잘못으로 항체율이 낮아졌다고 판단하기 힘들고, 일부 농가에서 암소의 유산·젖소의 우유 생산 저하 등으로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경우와 백신의 운반과 저장 등 과정에서 항체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축산 현실이 축산농가 밀집과 밀식 등 쾌적하지 않은 환경으로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아 항체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에서 구제역 백신을 다시 접종키로 해 구제역이 크게 확산하지는 않겠지만, 선진국보다 우리나라 축산농가의 인식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2천390 농가의 소와 돼지 174만2천700여 마리, 2014년 12월부터 2015년 4월 사이에도 56곳 농가 가축 4만2천600여 마리를 살처분해 매몰한 경험이 있다.

도 관계자는 “도내 사육 소와 돼지에 대한 백신 보강접종을 서두르고 있으며, 항체가 형성되기까지 앞으로 2주가 최대 고비”라며 “구제역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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