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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양 부모 “남아 있는 가족들께 미안하다”

황지현양 부모 “남아 있는 가족들께 미안하다”

입력 2014-10-30 00:00
업데이트 2014-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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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특징, 옷차림으로 딸 확인하고 얼굴 감싸쥐어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29일 저녁 팽목항에서 딸 지현이의 ‘귀환’을 확신한 아버지 황인열(51)씨는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다른 실종자 가족의 품에 안겨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전날 지현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세월호 4층 중앙 여자화장실 부근에서 ‘스타킹을 착용한 여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황씨는 부인 신명섭(49)와 함께 애써 냉정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듯 보였다.

주위에서 “지현인 것 같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황씨 부부는 시신 수습 직후 착용한 옷의 특징과 신체 치수 등을 전해 듣고도 섣불리 딸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신체적 특징만으로 미리 단정했다가 결국 다른 실종자로 확인되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좌절한 다른 세월호 유족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시신이 수습돼 팽목항으로 해경 경비정에 실려 운구되는 1시간여 동안 어머니는 “직접 봐야 알겠다”며 차분하게 기다렸다.

마음을 가라앉히라며 자원봉사자가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두 손으로 받으며 고마운 마음을 꼬박꼬박 전했다.

아버지 황씨는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기자들과 관계자들이 모여 있는 임시 항구 근처에서 떨어져 홀로 서성거리기도 했다.

이윽고 한 줄기 빛을 쏘며 수습한 시신을 운구하는 경비정이 서서히 팽목항에 들어오자 황씨는 부인 신씨 옆에 앉아 실종자 가족 대변인이 옷 등 유류품을 촬영해 오길 기다렸다.

대변인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신의 옷을 찍어 황씨 부부를 찾자 어머니는 딸아이의 가슴 아픈 모습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인지 잠시 주춤거렸다.

어둠이 잔뜩 깔린 팽목항 가족 임시숙소 인근에서 시신의 옷가지 등을 확인한 황씨는 딸 지현이의 옷임을 확신하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런 남편을 부인 신씨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서 있었다.

딸을 시신으로나마 찾았다는 기쁨과 외동딸을 결국 차가운 시신으로 되찾은 슬픔이 어지러이 교차하는 순간 황씨는 무너지고 말았다. 다른 가족들의 ‘축하 아닌 축하’를 받으며 아직 가족을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 품에 안겨 하염없이 울었다.

”미안하다”고 되뇌이는 황씨에게 한 실종자 가족은 “네가 성공해야 우리도 성공하는 거야”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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