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대선 필패” 위기감…주류-비주류간 주도권 쟁탈전속 수습 요원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으로 파산 위기에 직면한 새누리당으로서는 조기대선이 현실화됨에 따라 보수진영의 재정비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당 지지율 역시 2위 자리를 힘겹게 지키는 상황에서 대선마저 내년 12월에서 봄 또는 여름으로 앞당겨진다면 대선 패배는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안 가결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은 이번 기회에 모든 부분에 있어서 새로 거듭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지혜를 함께 모아 당을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에 앞장섰던 유승민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저 자신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표결이었다”면서 “앞으로가 문제로 헌정질서를, 헌법질서를 지켜가면서 정치혁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주류와 비주류 모두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이루고 있어 박 대통령을 정점으로 했던 당의 체질은 물론 정강·정책 등 이념 노선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할 판이다.

당장 이달 중하순에는 친박계가 장악한 최고위원회의 퇴진과 함께 비상대책위체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외부의 명망가 또는 당내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냈던 의원들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당 혁신 작업의 전권을 맡기고, 동시에 대선 경선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박관용 김형오 전 국회의장, 조순형 전 의원 등 국가 원로그룹과 함께 당의 본류인 대구·경북을 정치적 근거지로 두고 있지만 개혁적 목소리를 강하게 냈던 유승민 의원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대선 준비를 위해서는 당 외곽의 범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도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 1월 중순께 귀국 예정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영입하거나 아예 비주류의 주장대로 당을 해체해 이른바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 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또 분권형 개헌을 매개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나 이재오 전 의원과 연대도 가능하다.

일단 탄핵안이 가결돼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만큼 여당이 뼈를 깎는 쇄신의 모습을 보인다면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도 기사회생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반전의 기회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 섞인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주류와 비주류가 탄핵안 찬반을 놓고 분당 직전 수준까지 갈등을 벌였던 만큼 수습 작업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수습과 대선 준비 등을 명분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백병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일단 탄핵안 가결에 성공한 비주류는 당 지도부를 비롯한 핵심부에 칼날을 겨눌 것으로 보이며, 반면 주류 측은 찬성표를 한 표라도 줄이기 위해 되도록 자극적인 언행을 삼갔지만 탄핵안을 추진한 세력과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투쟁에 대해서는 ‘반헌법적’ 발상인 동시에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승리를 위한 정략이라며 양측 모두 비판하고 있어 공동전선 구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