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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나는 北공작원 추정 리정철 행적...범행 핵심역할 흔적

윤곽 드러나는 北공작원 추정 리정철 행적...범행 핵심역할 흔적

입력 2017-02-19 14:19
업데이트 2017-02-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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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위장 특수요원 가능성…전공·이력, 김정남 ‘독극물 암살’ 연관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북한 국적의 리정철(46)이 김정남 암살 사건의 ‘키맨’(핵심 인물)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행적이 조금씩 밝혀지면서 이번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지 이목이 쏠린다. 주범으로 지목된 남성 용의자 4명 가운데 3명이 이미 말레이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혼자 남아있다가 붙잡힌 리정철이 사건을 풀 열쇠이기 때문이다.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을 준비, 실행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단 그가 신분을 위장한 북한 특수요원일 가능성이 크다.

리정철은 외국인 노동자 신분증(i-KAD)을 갖고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외곽에서 아내, 자녀들과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근로자들은 가족 없이 단체생활을 하며 감시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리정철이 단순 근로자가 아닌 ‘특수한’ 신분이라는 걸 짐작토록 한다.

한 대북소식통은 “고위급이나 신분 위장 공작원이 아니면 해외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리정철이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리정철의 대학 전공과 회사 경력은 독살로 추정되는 김정남 살해 방법과의 연관성을 키운다.

‘더 스타’와 중국보(中國報), 성주일보(星洲日報) 등 말레이시아 언론은 19일 리정철이 항암제 등을 만드는 제약업체에서 근무하면서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과 접촉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언론에 따르면 리정철이 북한의 대학에서 과학·약학 분야를 전공했다. 2000년 졸업 이후 인도 대학으로 유학을 가 화학과를 다녔다.

그는 2010년께부터 1년여간 인도 동부 콜카타의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이후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말레이시아에 있는 제약회사에 취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리정철이 김정남 살해에 사용된 액체 독극물 제조에 관여했다고 결론짓기는 이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리정철과 영문 이름이 같은 남성이 자신을 ‘평양직할시’ 출신으로 김일성대를 졸업했다고 소개하며 과학실험실로 보이는 곳에서 서 있는 사진을 올린 페이스북 계정도 발견됐다.

말레이시아의 한 독물학자는 김정남 암살과 관련, “새로운 종류의 화학물질일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여러 화학물질을 섞을 경우 종류 파악은 더욱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사인 불명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실시된 김정남 시신 부검 결과의 발표가 당초 예상한 18∼19일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인 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직접 공격, 살해한 혐의로 이미 체포된 여성 2명의 의문스러운 행적을 밝히는 것도 리정철의 ‘입’에 달려있다.

이들 여성 용의자는 베트남 여권 소지자인 도안 티 흐엉과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로, 모두 김정남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장난 동영상을 찍는 것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중문매체인 중국보는 4명의 암살 주모자들이 1년 전부터 김정남의 출입국 동태와 생활 방식 등을 감시하며 이번 암살작전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아시아계 남성이 도안 티 흐엉의 환심을 사려고 베트남과 한국을 포함한 나라를 여러 차례 함께 여행했다는 보도도 있다. 이 남성이 리정철인지는 확인이 안 됐지만 김정남 암살을 위해 치밀한 기획과 사전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리정철이 김정남 암살을 위한 계획 수립, 여성 조력자 포섭, 살해 약물 준비 등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개연성이 크지만 암살단의 리더급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현지 언론은 다른 남성 용의자 3명이 범행 직후 인접국으로 출국했다고 보도했다. 범행 이후 달아나지 않고 자신의 주거지로 돌아간 리정철보다 해외로 도주한 이들이 실질적 주범일 가능성이 크다.

말레이시아에 거주하면서 현지 사정에 밝은 리정철이 본국에서 파견된 암살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리정철은 왜 도주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있다. 완전 범죄를 예상한 것인지, 잠적 시 북한 배후설을 증폭시킬 것을 우려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리정철이 진술을 거부하고 말레이시아 경찰이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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