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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백신공장 세우면…‘바이러스 폭탄’ 유출 가능성도 있어”

“구제역 백신공장 세우면…‘바이러스 폭탄’ 유출 가능성도 있어”

입력 2017-02-15 10:48
업데이트 2017-02-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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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방역 전담 독립기구 만들어 비타협적 정책 펴야”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퍼지면서 방역 체계의 문제점을 뿌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가축 질병 사태를 막으려면 방역 조직과 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15일 강조했다.

농가의 방역과 백신 접종 등에 대한 관리도 더욱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수입 백신에만 의존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국내에 백신공장을 세울 필요성이 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축산·방역 분리하고 인력 확충”

반복되는 구제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역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30여 년간 양계와 양돈 등 국내 축산 규모는 4~5배로 커졌는데 이에 걸맞은 수준의 방역 관리 인력은 확보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다 바뀌어야 한다”며 “농민들은 방역과 접종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정부는 무엇보다 방역 인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제로 바뀌면서 지방의 가축방역 전담 인력은 거의 사라졌는데, 생업을 하면서 필요 시 방역 업무를 돕는 공중수의사가 아니라 상시 가축방역 인력을 공무원 신분으로 확보해야 상시 감시 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AI나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끊임없이 허술한 대응 시스템이 지적됐지만, 인력이나 조직 보강이 이뤄지지 않아서 꾸준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조직 측면에서는 축산과 방역 업무의 분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생산성 향상 등을 중심으로 하는 축산 업무와 전염병 대처를 위한 방역 업무가 한 조직에서 이뤄지면 일사불란하게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방역 정책이 축산 농가나 업계의 반발 등에 직면할 경우 현실적으로 철저한 방역 정책이 이뤄지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는 사례가 많다는 문제도 있다.

조호성 전북대 교수는 “선진국처럼 방역을 전담하는 독립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며 “방역 정책은 타협하거나 절충하지 않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건강하게 동물을 기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철중 충남대 교수는 “계속 문제로 지적되는 밀집 사육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람들도 건강하게 기른 축산물을 먹고 싶어 하고 대량 생산보다는 양질의 축산이 필요한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백신을 아무리 잘 놓아도 면역 효과를 70~80%도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런데도 백신 접종 후 1~2년 구제역 소강 국면을 지내며 모니터링 등 관리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백신 국내 개발…위험성 있지만 필요성도”

‘백신 정책’과 관련해서도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구제역 사태에서는 정부 발표와 달리 항체 형성률이 크게 떨어지는 농가가 확인되면서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일었고, 항체 형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농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하면서는 ‘물백신’ 논란이 일었다.

채찬희 서울대 교수는 “앞으로는 표본조사를 제대로 하고 접종방법도 표준화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구제역 사태를 교훈 삼아서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백신 개발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류영수 교수는 “한해 백신 수입 등에 700억원의 예산을 쓰는데, 수입해서 쓰는 게 나을지 공장을 짓는 게 나을지 비교해야 한다”며 “영국 구제역 백신 공장에서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난 적이 있는데, 정부로서는 돈을 들여 우리나라 안에 구제역 바이러스 폭탄을 안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백신센터와 백신공장 설립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백신센터는 2015년 완공됐지만 그동안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을 계기로 백신 개발은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전후로 구제역 백신공장을 설립한다고 전날 밝혔다.

정부는 올해까지 백신 자체 생산 기술을 확립하고, 민간에 기술을 이전해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설립 예산은 600억~700억으로 전망되며, 제조시설 완공 시점은 2020년 전후로 예상된다.

채찬희 교수는 “외국 백신 회사가 제대로 회신조차 안 할 정도로 고자세”라며 “이번 일은 정부가 본격적으로 한국형 백신 개발에 나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애초 영국 메리얼사로부터 백신 조기 수입을 추진했지만 재고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달 말까지 백신 부족 사태가 이어지게 됐다.

조호성 교수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를 가지고 백신을 만들고 또 검증까지 해야 하니 완성까지 시간은 걸린다”며 “다만 그렇게 만든 백신 공장이 국내에 있으면 빠른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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