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벌어들인 한국인 오줌

외화 벌어들인 한국인 오줌

입력 2010-02-08 00:00
수정 2010-02-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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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오줌이 수출되어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깜짝 놀랄 일. 그러나 사실이다. 73년도엔 50만$, 74년도에는 1백50만$를 벌어들일 이 오줌은 고혈압 증상의 특효약으로 둔갑한 것이라는데….

요즘 경기도 일대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와 군병영(軍兵營) 변소에서는 깔때기 모양의 주둥이가 달린 20ℓ들이「플라스틱」통을 흔히 볼 수 있다.

학생과 군인들이 깔때기를 향해 멋대로 내뻗는 「쉬」들이 모여 통에 가득 차면 다시 빈 통이 놓여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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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으로 말끔히 채색된 「플라스틱」통에는 5·15등의 숫자로 ℓ표시가 새겨졌을 뿐아니라 내부에는 방부제까지 칠해져있다.

하루에 세 번씩 틀림없이 거두어가는「플라스틱」오줌통을 따라가 본 곳은 뜻밖에도 수원(水原) 근교에 자리잡은 제약회사인 녹십자(綠十字).

경기도 일대에서 거두어들이는 많은 양의 오줌은 모두 이곳에 집결되며 이곳에서 「우로키나제」라는 고혈압 치료약으로 둔갑되어 외국으로 수출된다는 것이다.

오줌에서 가려져 나오는 「우로키나제」는 효소의 일종으로 굳어 버린 피를 다시 용해해서 녹여버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고혈압으로 쓰러진 환자에게 72시간 내에 주사하면 높은 소생률을 나타낸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오줌으로 만드는 이 「우로키나제」의 효험을 크게 인정하고 있다.

1957년 미국의 약리학 박사 「플라그·J」교수는 고혈압으로 혈관이 터져 쓰러진 환자의 피를 연구하던 도중 우연히 섞여있던 사람의 오줌에 의해 굳었던 피가 용해되어 녹아 버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의외의 현상을 발견한「플라그」박사는 즉시 사람의 오줌을 다량으로 채취하여 그 성분을 면밀히 분석해 보았다. 사람의 오줌에는 20가지 이상의 각종 효소가 포함돼 있다는 것은 이미 그 시대에도 널리 알려진 상식이었다.

연구 결과 「우로키나제」라는 효소가 굳어버린 사람의 피를 다시 용해해내는 작용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플라그」박사의 이 발견을 좀더 진전시켜서 직접 의약품으로 개발한 사람은 「덴마크」의 「켈다즈·N·O」박사.

그는 임상실험을 통해「우로키나제」가 용혈효소 활성화제로서 고혈압 치료에 즉효약임을 입증했다.

「플라그」「켈다즈」두 박사의 오랜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부터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오줌의 실용화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였으며 70년초 일본의 「미도리」제약회사에서 최초의 상품생산에 성공을 보았다.

그러니까 오줌이 약이 된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며 오히려 우리나라에는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셈이다.

현재 녹십자는 8천만원을 들여 「오줌약」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오줌약」을 만들기 위해 그 1단계 작업으로 지금 다량의 오줌 채취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보통 1회에 배설하는 오줌의 양은 3백㎖.

20ℓ들이「플라스틱」오줌통을 채우려면 적어도 66명 이상이 한번씩 오줌을 누어야 한다.

이렇게해서 거두어들이는 오줌이 하루에 6천ℓ. 그러니까 약 2만명의 오줌을 매일 채취하고 있다.

공중변소나 조금 지저분한 뒷골목에 가면 흔한 것이 오줌 같지만「신선한 오줌」을 2만명분 모으려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남자의 오줌이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여자의 오줌은 성분에 있어 남자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지만 배설과정에서 이물질이 많이 섞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처리과정이 좀더 복잡하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채취방법도 남자보가 아무래도 거추장스럽다는 것.

남자의 경우는 변기 옆에 깔때기가 달린 「플라스틱」통만 놔 두면 별다른 수고 없이 받을 수가 있지만 여자는 그렇게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단 모인 오줌은 검사를 거쳐 1분에 1만5천번 회전하는 기계에 의해 고속 원심분리를 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잡균이나 세균이 모두 떨어져 나가게 된다.

그 다음에는 약품처리를 하고 순수한「우로키나제」만을 분리하기 위해 고속 원심분리를 다시 한번 한다.

이렇게 약 15단계의 과정을 거친 뒤에 비로소 용출돼 나오는 「우로키나제」는 마지막으로 동결건조과정을 거쳐 하얀 가루약이 된다.

이 하얀 가루약을 증류수에 타서 고혈압으로 쓰러진 환자에게 주사하면 거짓말처럼 멀쩡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뇌일혈(뇌졸중)로 인한 사망과 마비의 비극도 이제는 오줌의 힘으로 쫓아 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권위있는 전문의들 말에 의하면 전쟁터에서 피가 귀할 때 응급환자에게 수혈할 피를 마련하기 위해 사람의 오줌을 분해해서 피의 성분을 가려 쓴 경우는 간혹 있었다고 한다.

오줌이 약이 될 수 있는 가치와 근거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오줌 그 자체가 약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오줌에서 가려져 나온 하나의 효소「우로키나제」의 가격은 그만큼 비싸다.

5천「플라그」단위(單位) 1병에 2만원 가량이며 고혈압으로 쓰러진 환자를 완전히 소생시키려면 적어도 3병 이상을 써야한다.

그러나「우로키나제」는 고혈압 뿐 아니라 각종 혈전증과 폐색증 그리고 출혈증에도 특효약임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그 가격은 더 비싸질는지도 모른다는 것.

한국인의 오줌으로 만들어질 「우로키나제」는 본격 생산과 함께 73년도에 50만$, 그리고 74년도에는 1백50만$의 외화를 벌어들일 계획이다. 그만큼 오줌 채취량도 늘어나 74년도에는 하루에 1만2천ℓ 그리고 5년뒤에는 하루에 5만ℓ(약 17만명분)의 오줌을 거두어들이게 된다.

멀지 않아 오줌을 돈 받고 파는 시대가 올는지도 모를 일.

<재(宰)>

[선데이서울 73년 2월 18일호 제6권 7호 통권 제 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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