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균 실험쥐’ 인체 대신 못한다
요즘 아이들은 위생과 청결을 이유로 많은 항균제품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아토피나 천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는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옛날에는 흙을 집어 먹어도 건강하게 자랐는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른바 ‘청결의 역습’이다. 청결의 역습은 실험용 동물에도 적용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미국 미네소타대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보스턴 아동병원, 클리블랜드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병리학과 공동연구팀은 생물학 및 의학연구실에서 실험용 생쥐를 이용해 개발한 신약물질이 정작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지나치게 청결한 상태’이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신약 개발 등에 활용되는 실험용 생쥐가 세균이 거의 없는 멸균상태에 가까운 청정환경에서 사육되고 실험되기 때문에 각종 오염물질에 노출된 사람에게는 맞지 않아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험실 환경에서 키운 생쥐가 아닌 사람과 비슷하게 일상적인 환경에서 자란 ‘더러운 생쥐’(dirty mice)를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티븐 제임슨 미네소타대 교수는 22일 “면역학을 비롯한 많은 생물학 연구과정에서 감염증 발생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정립해 각종 암이나 감염병 치료를 위한 신약, 백신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6-04-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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