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원거리 조업에 내몰린 제주 갈치잡이 어민들

목숨 건 원거리 조업에 내몰린 제주 갈치잡이 어민들

입력 2016-11-27 13:49
업데이트 2016-11-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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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해 어족자원 고갈, 한·일 어업협정 결렬이 원인

“29t급 근해연승어선 1척이 높은 파도에 전복돼 선원들이 물에 빠졌습니다.”

26일 오후 8시 27분께 제주어업정보통신국으로 긴급한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공해 상인 제주 서귀포시 남서쪽 722㎞ 해상(중국 윈저우 동쪽 220㎞)에서 조업하던 서귀포선적 갈치잡이 어선 M호(29t·근해연승)가 전복됐다는 인근 선단 선의 신고다.

사고 소식을 전파받은 서귀포해양경비안전서는 경비함정을 곧바로 출항하도록 했다.

사고 해역이 사실상 중국 윈저우 해상 인근이며 제주에서는 멀리 떨어진 곳이어서 출동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걸려 신속한 조치가 필요했다.

평균 속도 10∼12노트인 연승어선이 가는 데만 2∼3일이 걸리고 3천t급 이상 대형 경비함정(초고 속력 27노트)이 가는 데도 무려 18시간 가까이 걸린다.

제주해경 소속 헬기는 700㎞ 이상 출동할 수 없어 이륙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선단선 10여척이 있어 실종자 구조에 나서 27일 오전 2시 10분께 사고지점에서 남동쪽으로 10㎞ 떨어진 바다에서 실종된 선원 안모(47·서귀포시)씨를 구조하는 등 승선원 10명 중 6명을 구조했다.

선장 유모(48·서귀포시)씨 등 4명은 27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실종 상태이나 해경 경비함정이 사고 해역에 도착하는 이날 오후 2시까지는 수색 투입은커녕 민간 어선에 구조와 관련 정보를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비함정이 도착하더라도 생존 선원 6명을 서둘러 국내 병원으로 옮길 수도 없다.

2013년 1월 18일 새벽 화재로 침몰한 갈치잡이 어선 3005황금호(29t)도 서귀포에서 720㎞나 떨어진 곳에서 조업하던 중 사고가 났다.

너무 먼 바다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해경에 의한 구조작업이 늦어져 승선원 5명이 망망대해에서 목숨을 잃었다.

제주 어민들이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를 넘어 원거리 해역에서 당한 해양사고는 2012년 30건, 2013년 23건, 2014년 26건 등으로 4년 전부터 해마다 20건을 웃돌았다. 지난해에는 34건의 원거리 조업 사고가 발생, 2명이 숨지고 11명이 실종됐다.

갈치잡이를 하는 제주 어민들이 목숨을 담보로 작은 어선을 몰고 한국 해역을 넘어 원거리 조업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이는 도내 근해에서 어족자원이 고갈된데다 한일 어업협정의 결렬 등으로 조업구역을 잘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나마 조업이 가능한 중국 공해상까지 나서는 등 ‘목숨을 건 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국 EEZ 안쪽에는 갈치 등 주력 어종의 어족자원이 줄어들어 근해 연승보다 더 소형인 채낚기 어선만 조업할 수 있다.

동중국해보다는 가까운 일본 대마도 인근에 이 시기 갈치 어장이 형성되나 한일어업협정 결렬로 지난 6월 이후 일본 EEZ 내 조업이 금지돼 제주 어민들은 그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다.

서귀포 한 어민은 “과거 겨울철에는 제주 근해나 일본 EEZ에서 갈치를 낚았으나 이제는 공해상까지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하소연했다.

여기에 노후화한 어선을 탄 선원들이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60일까지 장기간에 조업하는 점도 사고위험을 키우는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제주해경은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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