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농담’ 발언…이석기 내란죄 피하기 전략?

이정희 ‘농담’ 발언…이석기 내란죄 피하기 전략?

입력 2013-09-04 00:00
업데이트 2013-09-0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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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전제인 ‘위험성’ 없다는 주장…치열한 법리공방 예고녹취록 외 ‘추가 증거’ 제시될지 관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4일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선동 혐의와 관련, 5월 모임에서 나온 발언이 ‘농담’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에 따르면 진보당 대표이자 변호사 자격을 가진 이 대표의 ‘농담’ 발언은 단순히 ‘그런 말이 아니다’는 사실관계 부인에 그치지 않고 향후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하는 동시에 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농담이라 위험성 없다 → 내란 음모·선동도 없다’ = 이 의원과 진보당 관계자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상 내란 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위반이다.

이 중에서도 핵심은 내란 관련 혐의이다. ‘지하혁명조직’ RO(Revolution Organization) 구성원이 모인 5월12일 회합에서 참석자들의 내란 음모가 있었고, 총책인 이 의원은 내란 음모에 가담해 참석자들을 선동했다는 게 혐의의 요지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음모 혐의는 ‘특정 범죄 실행을 위한 준비 행위라는 것이 명백히 인식되고 그 합의에 실질적인 위험성이 인정될 때’ 성립한다. 핵심은 ‘실질적인 위험성’이다.

이 대표의 ‘농담’ 발언은 실질적인 위험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모임 당시 아기를 업고 온 엄마도 있었고, 130여명 중 대부분은 일부 참석자의 ‘강성 발언’을 농담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이다. 6개 분과 중 1개 분과만 이런 얘기를 나눴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 같은 주장은 ‘실질적인 위험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논리와 맥이 닿는다.

결국 위험성을 못 느꼈으므로 내란 음모가 성립하지 않고 더 나아가 이 의원이 내란을 선동한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녹취록 + α’ 추가 증거가 중요 = 이 대표처럼 ‘농담’이라고 주장할 경우 국정원은 이 주장을 뒤집고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기존 녹취록은 제보자가 속한 분과에서 녹음한 내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진보당 모임의 다른 분과도 유사한 발언을 했거나 다른 시기에도 참석자들이 비슷한 논의를 한 증거가 있다면 ‘농담’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또 다른 제보자가 등장할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

다만 이런 경우 진보당은 ‘독나무에서는 독이 든 과일이 열린다’는 이른바 ‘독수독과’ 이론과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다른 분과의 감청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또 다른 제보자는 매수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증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양측의 치밀한 ‘수 싸움’ 양상도 감지된다.

이 의원과 진보당은 녹취록에 대해 ‘조작됐다’고 주장한데 이어 이날은 ‘(위험성이 없는) 농담’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따라서 국정원과 검찰이 어떤 추가 증거를 제시할지가 관심사다. 국정원이 어떤 추가 증거를 제시하는지에 따라 이 의원 측 대응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란죄는 피하자’…법리다툼 치열할 듯 = 내란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는 위법 행위의 목적·결과에 따라 성립 요건이 크게 다르다.

내란죄는 이른바 ‘목적범’, 국보법 위반은 ‘결과범’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내란죄가 되려면 행위자에게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목적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

반면 국보법 위반의 경우 설사 농담 수준의 얘기를 했더라도 결과적으로 반국가단체(북한 등)를 찬양·고무하거나 이롭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면 처벌된다.

따라서 ‘농담’ 발언의 의도는 국보법 위반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내란죄 적용만큼은 피하자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석기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에서 “내란음모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이 ‘악법’으로 주장해 온 국보법 위반에는 별 대응을 하지 않고 내란죄 적용은 피하자는 전략을 폄에 따라 향후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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