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제 안되나”…폭염속 시외버스승객 ‘부글부글’

”좌석제 안되나”…폭염속 시외버스승객 ‘부글부글’

입력 2013-08-18 00:00
수정 2013-08-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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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행 노선만 좌석제…경유 노선은 무작정 줄서서 대기해야

지난 17일 오후 청주에 사는 김모(56)씨는 대전을 가려고 가경동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승차권을 산 김씨는 5∼15분의 짧은 배차 간격을 확인, 차 시간 5분여를 앞두고 여유 있게 승강장으로 나섰다.

순간 버스가 들어오기 전인데도 탑승을 위해 길게 줄 지어선 승객들의 모습이 김씨의 눈에 띄었다. 연일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는 승객들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눈치 볼 겨를도 없이 대열에 합류한 김씨는 앞선 사람들 때문에 20여 분간 2대의 버스를 더 보낸 뒤에야 흠뻑 젖은 몸으로 차에 오를 수 있었다.

김씨는 “요즘 같은 세상에 예약도 안 되는 후진적인 비지정 좌석제가 아직도 ‘퇴출’되지 않았다니 말도 안 된다”며 “이용객들의 편의는 전혀 고려치 않은 슈퍼 갑의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당수 시외버스가 지정좌석제 없이 선착순으로 승객들을 태우는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이용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8일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 따르면 이곳에서 운행되는 190∼200개 노선(하루 운행 횟수 940회) 가운데 지정 좌석제가 시행되는 노선은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경유지가 없는 직행 노선, 즉 출발 후 곧바로 최종 도착지로 향하는 노선에 한해서만 지정 좌석제가 시행되고 있다.

청주를 거쳐가는 노선이나 청주에서 출발해 경유지를 들러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는 노선은 모두 비지정 좌석제로 운행되고 있다.

비지정 좌석제 노선조차 할 수 없고 탑승 시간이나 좌석도 따로 지정돼 있지 않아 이용객들은 냉난방도 안 되는 승차장에서 무작정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용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주말이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혹한의 겨울철에 경유 노선 시외버스 이용객들의 고충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승객들의 이런 불편에도 버스업계는 기술적, 재정적 이유를 내세워 지정 좌석제 도입에 소극적이다.

경유지가 있는 경우 표 판매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수많은 버스회사와 시·군 단위 소규모 터미널까지 이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관련 업계의 힘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비지정 좌석제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은 이해하지만 경유지가 있는 노선은 시스템상 어쩔 수가 없다”며 “경북 경주 터미널처럼 경유 노선만 운행하는 터미널은 모든 노선에 지정 좌석제가 없다”고 전했다.

청주의 한 시외버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외버스 전 좌석 안전벨트 의무화로 입석 자체가 불법이 된 상황에서 전면 지정 좌석제가 도입된다면 승객과 불필요한 마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당국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대중교통 활성화와 시외버스 이용객 편의를 위해 전면적인 지정 좌석제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재원이 문제”라며 “중장기 계획으로 지정 좌석제 시행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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