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음식 드시러 오세요”…탈북자단체 식당 개업

“이북음식 드시러 오세요”…탈북자단체 식당 개업

입력 2010-04-30 00:00
수정 2010-04-3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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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온면, 함흥냉면, 청진 동태탕 드시러 오세요”

탈북자 학술단체인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가 ‘사회적 기업’ 형태로 북한 전통음식을 파는 전문식당 ‘류경옥(柳京屋)’을 열었다.

흔한 듯하면서도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옥호 ‘류경옥’은, 옛날부터 버드나무가 많았다는 평양의 별칭 ‘류경’에서 따왔다.

지금까지 몇몇 탈북 인사들이 개인 사업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식점을 연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탈북자단체가 탈북자들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익적 목적에서 요식업에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서울 마포구의 지하철 공덕역 근처 대로변에 자리 잡은 류경옥은 28일 개업식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했다.

100석 정도 자리를 갖춘 류경옥에서는 함흥냉면, 평양온면, 청진동태탕, 해주비빔밥, 원산시장국밥, 개성만둣국 등 북한 각지의 ‘대표 음식’을 두루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북한 음식을 한꺼번에 맛보고 싶은 미식가는 ‘북한 향토 정식’ 메뉴를 고를 수 있다.

특유의 향취와 뛰어난 강장 효과로 고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즐겼다고 알려진 ‘청취’도 이 식당이 자랑하는 별미다.

취나물의 일종인 청취는 백두산의 해발 1천200m 이상 고지에서만 자라 북한에서도 특권층만 먹을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외화벌이로 중국에 수출된 것을 어렵게 구해왔다고 한다.

이 식당의 주방장은 ‘랭면’의 본고장 함흥에서 오랫동안 냉면을 팔았다는 안혜숙씨다.

안씨는 “남한에서 흔히 보는 함흥냉면은 육수에 삶은 면을 그냥 넣지만 북한에서는 면을 미리 양념에 버무린 다음 육수에 넣는다”면서 “제대로 된 함흥냉면을 맛보려면 질긴 면을 가위로 자르지 말고 그냥 드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학술단체를 지향하는 NK지식인연대가 식당을 연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탈북자 가정 어린이들을 위해 서울 구로구에 설립을 준비중인 초등교 과정 대안학교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숙식까지 제공하는 이 학교는 어린 자녀를 둔 탈북자들이 자녀 걱정을 잊고 맘껏 일할 수 있게 하고, 자녀들에게는 따뜻한 보살핌과 함께 ‘눈높이 교육’을 해줄 예정이다.

김흥광 대표는 “한국에 와서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보은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이곳 사람들에게 북한의 음식문화를 알리면서 돈도 벌어 대안학교 운영에 힘을 보태고 독거노인 등 어려운 분들께 무료급식 봉사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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