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 오물 풍선’ 전국서 발견… GPS 교란 공격까지

北 ‘대남 오물 풍선’ 전국서 발견… GPS 교란 공격까지

고혜지 기자
고혜지, 이창언 기자
입력 2024-05-29 17:48
업데이트 2024-05-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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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4시 기준 오물 풍선 260개 넘어
합참 “반인륜적, 저급 행위 즉각 중단 경고”
대통령실 “심리전·복합 위협 시험, 침착 대응”


북한은 군사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이튿날인 지난 28일 오후 9시부터 ‘대남 오물 풍선’을 날리며 도발을 이어갔다. 경기와 강원 등 접경지역은 물론 경북 영천과 경남 거창, 전북 무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견된 오물 풍선이 29일 오후 4시 기준 260개가 넘었다. 북한은 26일 국내 대북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대응하겠다며 “수많은 휴지장과 오물짝들이 곧 한국 국경과 중심 지역에 살포될 것”이라고 위협한 지 이틀 만에 살포 행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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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3시쯤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한 도로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발견된 풍선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29일 오전 3시쯤 충남 계룡시 두마면의 한 도로에서 북한이 날려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풍선이 발견돼 군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사진은 현장에서 발견된 풍선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은 또 풍선 수백개를 남쪽으로 내려보낸 직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공격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GPS 전파 교란 공격은 지난 3월 한미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S)’ 당시 이후 처음이다. 풍선 살포와 전파 교란은 남한 내 혼란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28일 야간부터 다량의 풍선을 대한민국에 살포하고 있다”며 “이날 오후까지 강원·경기·경상·전라·충청 등 전국에서 260개 이상의 풍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어 “북한의 행위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면서 “북한의 반인륜적이고 저급한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 풍선은 접경지역에서 발견됐지만, 일부는 바람을 타고 충청·전라·경상권까지 날아갔다. 접경지에서 직선거리로 250㎞ 이상 떨어진 경북 영천에서는 오전 7시 40분쯤 풍선 잔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영천시 대전동의 한 포도밭 주인은 “하늘에서 오물로 보이는 쓰레기가 떨어져 비닐하우스를 파손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오전 5시 30분쯤에는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의 논밭에 북한 전단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동 대응에 나선 경찰과 군 39사단 등은 현장 통제 속에 내용물을 수거했다. 약 5m 높이 풍선 두 개에 달린 내용물에는 폐종이와 페트병을 자른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 있었다. 전북 무주군에서도 오전 5시 45분쯤 무주읍의 한 전봇대 전신에 커다란 풍선이 걸려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경기 남부에서 전날 밤부터 이날 오후 2시까지 총 82건의 풍선과 잔해 등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되는 등 경기·강원 등 접경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지상에 떨어진 풍선은 군의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이 출동해 수거해 관련기관에서 내용물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3~4m 크기의 흰색 대형 풍선에는 거름, 오물, 쓰레기 등을 담은 비닐봉지가 매달려 있었다. 풍선과 비닐봉지를 연결하는 끈에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도록 하는 타이머와 기폭 장치도 달려 있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 국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우리 정부가 과연 동요하는지, 직접적 도발 외에도 이런 심리전이나 조그마한 규모의 복합 위협들이 우리나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시험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침착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강일 북한 국방성 부상은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강력한 자위력으로 지켜낼 것이다’란 제목의 담화에서 오물 살포를 예고했다. 김 부상은 “이를 수거하는 데 어떤 공력이 드는가는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27일 밤 군사 정찰위성 2호기를 발사해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하면서 재발사 의지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정찰위성 보유는 국가 주권과 안전을 수호하는데 선결 필수적인 과업”이라면서 “이번 발사가 목표했던 결실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실패에 겁을 먹고 위축될 것이 아니라 더 크게 분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 공군 전투기 20대의 비행 훈련과 타격 훈련에 대해 “전쟁 무기로 감히 위협해 나선 것은 분명 좌시할 수 없는 위험한 도발 행위이자 명백한 국권 침해행위, 용서 못 할 불장난”이라고 비난했다.
서울 고혜지 기자·창원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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