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막음 소송 악용 ‘개보법’ “언론의 감시 기능 형해화 우려”

입막음 소송 악용 ‘개보법’ “언론의 감시 기능 형해화 우려”

박승기 기자
박승기 기자
입력 2023-02-17 17:26
수정 2023-02-1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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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가능성에 언론 자기검열 강화 불가피
언론의 개인정보가 이용 또는 제공 기준 부재
“공익·보도목적 명문화 및 목적 규정 필요”

언론의 자유와 시민에 의한 공익제보 활성화, 개인정보 보호라는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개보법)의 방향성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그동안 개보법이 정치 권력의 언론 입막음용, 취재·보도의 ‘봉쇄’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사단법인 오픈넷은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언론보도 등 공익목적 정보처리 면책을 위한 개보법 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안정민 한림대 글로벌학부 교수 등 학계와 홍희경 서울신문 세종본부 부장 등 언론계, 정부 부처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윤진희 법학박사는 ‘언론보도의 개보법 위반의 역설…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발제에서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을 상대로 승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입막음 소송(봉쇄소송)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11일 경향신문의 ‘50여명 사직 권고 대통령실, 현재까지 10명 그만뒀다’는 대통령실 소속직원 신상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이 개보법 위반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법률해석 여부를 떠나 공적 관심사안의 주체들이 평판관리의 일환으로 개보법에 근거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말했다. 기사에 개인정보를 담는 것이 개보법 상 ‘이용’ 또는 ‘제공’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 개인정보가 ‘제공’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개보법 위반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희경 서울신문 부장은 “개보법에 따른 처벌이 만연해진다면 기사에 배제해야 하는 내용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될 것이고 ‘누가(Who)’가 빠진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개보법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 자체를 형해화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손형섭 경성대 법학과 교수는 ‘공익목적 개인정보 활용 면책조항에 대한 입법적 평가’에 대한 주제 발표에서 “공익목적·보도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범죄에 관련된 사실 혹은 법 위반을 다루는 경우로 개보법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 개정이 요구된다”며 “다만 무절제한 개인의 사생활 폭로를 제한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범죄 관련 정보 및 법 위반 사실에 대한 사실로 한정하면 공익을 위한 보도와 제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병덕 의원은 “국민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개보법이 자칫 시민사회 활동이나 언론과 보도의 자유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며 “언론의 자유와 공익제보의 활성화라는 공적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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