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 있는 과학산업박물관을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생각에 잠겨있다. 2019.07.28 맨체스터 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는 27일(현지시간) 맨체스터 과학산업박물관을 찾아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에 대해 “영국의 방향을 바꾸고 영국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취임 후 처음 런던을 벗어나 연설을 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후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유무역항 설치, 기업 세금감면 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런던 등 대도시와 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북부 지역의 교육과 치안, 통신 인프라, 기술 혁신 등을 위한 대대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낙후 지역의 교통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36억 파운드(약 5조 3000억 원) 규모의 타운 기금을 조성하는 등이다. 잉글랜드 북부 리즈와 맨체스터를 잇는 고속열차에 대한 투자 계획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사람들이 EU 탈퇴를 결정했을 때 그들은 단지 EU에만 반대했던 것이 아니라 런던에,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에 반대했던 것”이라면서 “통제권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영국이 EU로부터 자주권을 회복하는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 도시와 주, 마을이 좀 더 자치권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통해 영국의 모든 지역이 기회를 갖게 되기를 원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브렉시트 관련 EU와의 협상에 대해서는 ‘백스톱’(안전장치·EU관세동맹 잔류) 폐지가 전제돼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을 분열시키는 반(反)민주적인 안전장치가 있는 한 브렉시트 문제를 풀어나가기 어렵다”면서 “여기서 벗어나야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EU와 브렉시트 협상을 타결하면서 아일랜드 국경에서의 ‘하드 보더’(엄격한 통행·통관 절차 적용)를 피하기 위해 백스톱 조항을 포함시켰다. 종료 시한을 확정하지 않아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 모인 취재진에게 미국과 과테말라가 ‘안전한 제3국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를 후보 시절부터 치켜세워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존슨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양국 간 무역협정에 대해 논의했다. 2019.07.27 워싱턴 UPI 연합뉴스
존슨 총리는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갖고 브렉시트와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EU가 영국과 타결한 브렉시트 합의를 더는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나 존슨 총리는 ‘백스톱’ 폐기 없이는 합의에 도달할 수 없으며 영국은 ‘노딜(아무런 협의없는) 브렉시트’를 단행할 준비를 해나가겠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갈등이 예상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