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장성택 처벌, 숙청보단 노동당 정책적 판단”

박한식 “장성택 처벌, 숙청보단 노동당 정책적 판단”

입력 2013-12-10 00:00
업데이트 2013-12-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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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노선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장성택 재기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UGA) 석좌교수는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과 관련, “장성택이 경제성장 일로로 밀고 나가서 국가 안보와 체제에 도전이 되니 노동당에서 침 한 방을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석좌교수
연합뉴스


박 교수는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장성택을 처벌한 것은 정치적 숙청이라기보다 당의 정책적 판단”이라며 이같이 주장하고 북미·남북 관계에 변수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50여차례 북한을 방문한 박 교수는 미국에서 북한 지도부 동향과 사정에 밝은 인사로 꼽힌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와 2010년 천안함 사태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주선하기도 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장성택 실각의 성격을 규정한다면.

▲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여느 독재국가의 독재자처럼 군림하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면 북한 체제를 잘못 보는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왕국이고 그래서 김정은에 대한 도전은 아무도 할 수도 없고, 그 개념조차 성립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김정은 제1비서가 모든 걸 쉽게 다 한다는 것은 아니다. 노동당이 모든 정책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번 일은 정치적 함의가 큰 숙청이라기보다 정책적 판단에 따른 처벌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당에서 ‘이참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며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이다.

-- 무엇을 위해 장성택을 본보기로 삼았다는 뜻인가.

▲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당은 누구라도 혁명정신을 저해하면 예외 없이 정리를 한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장성택도 국가의 혁명위업에 위배되면 정리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장성택은 이념적인 인물도 아니고 군에 깊은 뿌리도 없다. 지위가 굉장히 높고 김정은과의 관계도 있지만 당에서 그렇게 결정하면 김정은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물론 그 과정에서 최룡해나 군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 당 차원에서 그런 결정을 했다면 그 이유는.

▲ 경제성장 일로로 해 밀고 나가니까 국방이 소홀해지고 국내 안보와 체제에 도전이 돼 중동처럼 소요도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당에서 침 한 방을 놓은 것이다.

-- 김정은 제1비서의 독단일 가능성은.

▲ 북한은 유일체제라서 모든 게 김정은 뜻대로 된다고 보는 건 당연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책이란 것은 밑에서 올라간다. (장성택을 경질한) 이번 확대회의에 당 중앙뿐만 아니라 도당책임자들도 참석해 지켜보지 않았느냐. 이것은 장성택의 노선, 그 방향으로는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다. 앞으로 외부에서 투자를 할 텐데 경제적으로 타락하거나 부정을 저지르지 말라고 지방관리들 앞에서 강하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정책을 관장하는 당에서 그 파워를 가지고 몰아친 것이고 그 표적을 장성택으로 삼은 것이다. 따라서 이제부터 개인주의, 사유재산 같은 장성택 노선을 취하는 요소를 색출해 제거할 것이다. 사회에 물의를 빚는 도덕적 문란 행위도 강하게 단속할 것이다.

-- 장성택의 재기가 어려울 것 같다.

▲ 재기 불능이다. 당 중앙에서 정치국 이름으로 발표했고 사생활 문제까지 드러내 도덕적으로도 모든 걸 땅에 묻어버렸다. 재기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확신하진 않지만 아내인 김경희도 정치국원으로서 확대회의에 참석해 합세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이지만 당의 결정을 안 따라갈 수가 없다. 장성택의 여자문제까지 공개했다는 점에서 김경희와 관계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처벌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 장성택의 처형설까지 나오는데.

▲ 김일성 주석 딸의 남편이자 김정은의 고모부인데다 과거 어느 정도 역할을 한 만큼 아마 유배시키거나 강제노동에 처하는 방법으로 근신하도록 할 것 같다.

2009년인가 한국 언론에서 최승철(노무현 정부 때 대남사업을 총괄한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 수석부부장)이 처형됐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다르더라. 최승철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라서 북에 들어가서 물어보니까 ‘안 죽었다’고 하더라.

장성택이 처형됐다는 건 추정은 할 수 있지만 나는 ‘오버’라고 본다.

-- 김경희는 어떻게 될까.

▲ 김경희는 북에서 상당한 비중을 가진 여성이다. 김일성 주석의 딸이라서 북한이란 패밀리 스테이트, 즉 가족 국가에서 움직일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김경희가 당에서 밀려난다면 이는 (장성택 실각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다. 북한에 가서 김경희와 인사도 했지만 그를 두고는 ‘파워 컨플릭트’(권력투쟁)가 일어날 수가 없다.

-- 이번 사태가 북한의 대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많다.

▲ 누가 숙청이나 처형됐다고 해서 워싱턴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문제가 미국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지 않으냐. 대미관계 개선은 북의 안보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장성택으로 미국관계에 영향이 간다고 본다면 그건 추리다.

-- 남북관계에는 변수가 될까.

▲ 북에서는 남쪽하고 경제관계를 잘 해보자는 뜻이 분명 있지만 남쪽의 경제투자나 원조까지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것 없이도 할 수도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발전시키느냐 하는 문제는 평양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려 하겠지만 대남정책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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