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수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지도를 유지하고 활동을 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발라드 가수 성시경은 ‘마녀사냥’, ‘비정상회담’ 등으로 3040 남성팬들에게까지 인지도를 높여 지난 연말 공연이 매진 사례를 이뤘다. ‘K팝 스타’, ‘SNL 코리아’ 등 TV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했던 유희열도 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어 7년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새 앨범의 성공을 거뒀다. 최근 티켓 판매에 다소 부진을 겪었던 이승환도 ‘히든 싱어’ 출연 이후 연말 콘서트 티켓이 매진되는 결과를 얻었다. 최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가수 윤종신은 예능 MC로 대중적 인지도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공연 활동을 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인디 가수들 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무한도전’은 홍대 뮤지션이었던 10㎝, 장미여관이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수 매니저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TV 예능에 자사 가수와 노래를 알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한 유명 가수의 매니저는 “‘슈퍼스타K’나 ‘K팝 스타’에 나오는 출연자가 소속 가수의 노래를 불러서 노래가 알려졌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다”면서 “가수가 TV에 많이 노출될 경우 대중에게 한 가지 이미지로 각인돼 실제 공연장에서 실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 인디 뮤지션의 매니저는 “인기 예능에 깔리는 배경음악(BGM)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따로 소개하는 코너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높다. 예능 프로의 BGM팀을 접촉하거나 특정 프로그램에 소속 가수의 음악을 신청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신인 가수나 밴드 뮤지션에게 여전히 TV의 벽은 높다. 대중이 가요 소비에 수동적인 상황에서 이들의 음악이 알려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뮤직 레이블 산타뮤직의 이수근 대표는 “방송사 연말 가요제에서 아이돌 가수 중심의 비슷비슷한 장르만 들리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는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음악의 다양성을 위해 인디나 밴드 음악을 고루 소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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