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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새 예능 ‘꽃보다 할배’..나영석 PD 이적 후 복귀작신구·박근형·백일섭·이서진과 함께 출연

이순재(78), 신구(77), 박근형(73), 백일섭(69). 평균 연령은 74.25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네 원로 배우가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났다.

케이블 채널 tvN이 다음 달 5일 처음 방송하는 새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드라마에서만 본 이들 배우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독특한 콘셉트로 무장한 야심작.

KBS 2TV ‘해피선데이 - 1박2일’로 스타 PD 반열에 오른 나영석 PD가 CJ E&M으로 이적하고서 처음으로 내놓는 작품이다. 지난해 복고 열풍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참여한 이우정 작가도 힘을 보탰다.

28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에서 열린 ‘꽃보다 할배’ 제작발표회에서 나영석 PD는 “여행은 젊은 사람에게는 낭만이지만 이분들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일 수도 있다”며 “50년 이상 친한 동료라는 관점에서 보아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적 후) 첫 작품이라 부담도 되지만, 어떤 프로그램이든 시작할 때는 부담스럽다”며 “1회 시사를 했는데 재미있을 것 같았고, 부담이 많이 줄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네 배우는 2주 동안 프랑스·스위스 등 유럽 각지를 찾았다. 에펠탑 앞에서 최신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하고, 그림 같은 스위스의 호수에서 백조를 감상하는 여유도 즐겼다.

통상 이들을 가리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에서 알 수 있듯, 지금껏 대중이 출연진으로부터 받은 감정은 묵직한 ‘무게감’이다. ‘꽃보다 할배’는 이들이 낯선 여행지에서 벌이는 좌충우돌 여행담을 그리며 ‘반전’의 묘미를 선사한다.

이들 가운데 연장자인 이순재는 “우리는 아무 부담없이 생각나는 대로 즐겼다”며 “마음대로 떠들고, 웃고, 세월을 보냈다. ‘노인들이 괜히 가서 주책만 떨다 온 게 아닐까’ 하고 걱정도 든다”고 소감을 풀어냈다.

그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F4’에 빗대어 자신을 ‘H1’이라고 소개하는 농담도 던졌다.

이순재는 “’몰래 카메라’ 식으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찍었다”며 “그런데 우리는 옷을 차려입고는 잠을 잘 수 없어서 백일섭이 카메라를 끄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모습들이 비칠 것”이라고 웃음의 포인트를 설명했다.

신구는 최근 종영한 MBC TV 주말극 ‘백년의 유산’을 촬영하는 통에 일정을 조율하느라 애를 먹었다. 드라마 제작진의 배려(?)로 극중에서 예정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는 설정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는 후문.

그는 “이렇게 다들 관심이 많은데 기대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짤막하게 소회를 전했다.

’추적자’ ‘드라마의 제왕’ 등의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낸 박근형은 그동안 대중이 알지 못한 로맨티스트의 면모를 마음껏 드러냈다. 우리나라에 머무는 아내와의 전화통화도 잊지 않고, 하트 이모티콘이나 ‘여보, 사랑해’ 등의 문자 메시지도 종종 보냈다는 것.

나영석 PD는 “박근형 선생님은 분위기메이커”라며 “드라마 속 이미지와 다르게 로맨티스트다. 상상하지 못한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소개했다.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예순아홉의 나이에 졸지에 ‘막내’가 된 백일섭은 행사 내내 “영화에 출연하거나 상을 타본 지도 오래됐는데 ‘꽃보다 할배’ 덕분에 여름에 턱시도도 입어보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그는 “장가간 지 35년째인데 10일 넘게 집을 비워보긴 처음”이라며 “처음에는 돌아오고 싶어 죽겠더라. 그런데 6일이 지나니 스스로 여행을 좋아한다고 느꼈다. 다녀오니 ‘맛’이 생겼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루브르 박물관을 다녀왔는데 마치 ‘말죽거리 가구거리’를 갔다 온 느낌”이라며 “보고 느끼고 왔다. 알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자신만의 여행 철학을 밝혔다.

’꽃보다 할배’에는 이들 외에 통역, 티켓 구매 등 각종 심부름을 담당한 또 한 명의 주역이 있다. 바로 배우 이서진이다.

지난 1999년 SBS TV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해 연기 경력 14년인 그이지만 대선배들 앞에서 영락없는 ‘심부름꾼’으로 전락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처음 5일 정도는 어떻게든 나 혼자 국경을 넘을 생각까지 했다”며 “선생님들이 중간에 식사하실 때 도망갈 생각도 했지만 잘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말해 쉽지 않은 일정이었음을 짐작게 했다.

또 “내가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져 당황했다”며 “처음 선생님들께 인사할 때만 해도 내가 함께 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긴장을 해서 여행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이순재·박근형 선생님하고는 이전에 작품도 같이 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특히 박근형 선생님은 내가 굉장히 무서워하는 분이었는데 친근함을 느끼게 됐다”며 “어렸을 때 할아버지나 아버지와 여행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첫 방송은 다음 달 5일 오후 8시50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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