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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토’ 주연 배우 유태오

러시아 고려인 3세 록가수 역할 맡아
“감독이 원하는 소리 내는 게 나의 일”
유태오
유태오
고려인 3세 록가수 빅토르 최(1962~1990)는 1982년 ‘키노’라는 록그룹을 결성해 당시 러시아 록음악계를 이끈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영화 ‘레토’가 오는 3일 개봉한다.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이 고심 끝에 빅토르 최로 낙점한 인물은 2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배우 유태오(37)다. 독일에서 태어난 유태오는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다 2009년 한국에 오면서 영화 ‘여배우들’ 등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세레브렌니코프 감독님이 원하던 세 가지 조건이 어려 보이면서, 어느 정도 연기 경험이 있는, 한국 배우였다”면서 “제가 영어로 의사소통도 가능했기 때문에 운 좋게 캐스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1981년 빅토르 최가 당대 최고의 록스타인 ‘마이크’(로만 빌릭)와 마이크의 아내이자 빅토르 최의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나타샤’(이리나 스타르셴바움)를 만나면서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모습을 담았다. 독일 교포인 유태오는 ‘이방인 예술가’라는 점에서 빅토르 최와 자신이 닮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유럽 출신의 한국 교포인 빅토르 최와 저의 문화적인 감수성이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느낀 멜랑콜리, 공허함, 외로움 등의 감정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려고 했죠. 둘 다 ‘왜 퍼포먼스 아티스트의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빅토르 최와 최대한 가까운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과거 그의 인터뷰 화면을 보면서 숨 쉬는 패턴과 말투를 분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난생 처음 접하는 러시아어와 빅토르 최의 노래를 익히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촬영을 하기 전 3주간 러시아어로 된 대사를 익히는 게 힘들더라고요. 상대방의 러시아어 대사를 알아듣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야 했는데 매일매일이 전쟁이었던 것 같아요. 빅토르 최가 천천히 말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죠(웃음).”

유태오는 영화 촬영 기간에 실제 나타샤를 만난 일을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

“맡은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가득할 때 촬영장에서 나타샤를 만났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작별 인사차 나타샤를 안았는데 그가 ‘이 느낌 기억난다’며 혼잣말을 하더라고요. 그 순간 참 짠했어요. 제 눈빛에서 ‘빅토르 최의 영혼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기분 좋더라고요.”

유태오는 ‘레토’를 시작으로 전계수 감독의 신작 ‘버티고’, 드라마 ‘배가본드’ 등에 연달아 캐스팅됐다. “감독은 지휘자고 저는 악기라고 생각해요. 감독이 원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내는 것이 제 일이죠. 빅토르 최를 연기하면서 좋은 연기는 무엇인지 많이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늘 부담되는 숙제이지만 제 운명인 것 같아요.”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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