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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기자의 컬처K] ‘한류스타’는 빛좋은 개살구? 국내로 줄줄이 ‘U턴행’

 한류 스타가 잘나가는 배우나 가수의 척도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와 해외 시장의 온도 차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한류 스타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국내 시장으로 유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이 국내 시장을 다지는 데 더 열을 올리는 이유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중문화 시장은 워낙 유행이 빨라 팬덤을 지키기 어렵고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해외에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국내 인기 관리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국 드라마와 가요를 무분별하게 수입했지만 요즘 해외 에이전시는 한국에서의 시청률과 선호도는 물론 배우, 연출가, 심지어 어느 작가가 썼는지까지 꼼꼼히 따진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2~3년씩 긴 공백기를 갖던 한류 스타들이 요즘 ‘다작’을 외치며 국내 시장으로 유턴하고 있다. 최근 SBS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에 출연한 한류 스타 최지우는 “국내에서 한류 스타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아 작품 선택에 신중하게 된다. 공백이 길어질수록 내 변한 모습을 시청자도 낯설어해 국내 복귀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앞으로는 공백 없이 꾸준히 국내에 내 모습을 노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류 스타 장근석도 ‘미남이시네요’로 일본 등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 출연 중인 KBS 드라마 ‘예쁜 남자’의 시청률이 고전을 면치 못해 위기설이 불거지고 있다. 한 연예기획사 이사는 “국내 시청자들은 연기력에 대해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편이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등 배우로서 다양한 얼굴이 있는 그가 해외를 의식해 국내에서 변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열애 사실이 알려진 배용준도 몇 년째 차기작을 물색 중이지만 컴백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해진도 중국에서 대표적인 한류 스타지만 SBS ‘별에서 온 그대’에 조연급으로 출연 중이다. 소속사 대표는 “한국에서 꾸준히 후속 작품이 성공해야 이를 발판으로 해외에서도 수명이 오래간다”면서 “이 때문에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좋은 한국 드라마에 출연하려 한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제공
 이는 K팝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입지를 다지지 않고 섣불리 해외 활동에 나섰다가 국내 입지마저 좁아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과거 걸그룹 원더걸스가 인기 절정의 시기에 미국에 진출하면서 후배 그룹이던 소녀시대(사진)에게 추월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차세대 대표 남성 아이돌 그룹으로 인식되던 인피니트도 월드투어에 주력한 사이 국내에서는 엑소 등 신인 아이돌에게 치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몇 달씩 해외 활동에 나섰던 K팝 스타들이 요즘 부쩍 국내 팬 다지기에 공들이는 사례가 많다. 한 가요 기획사 본부장은 “국내 가요시장 경쟁이 치열해 팬 이탈을 막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국내 활동을 자주 하면서 팬과의 스킨십을 늘려야 하는데 컴백하는 팀이 많아 작곡자 수급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4년여 만에 컴백을 앞둔 비도 일본 제프 투어 등 해외에서 먼저 몸을 풀고 자신감을 얻은 뒤 국내 시장에 얼굴을 내민다. 비의 소속사 큐브DC의 노현태 본부장은 “예전처럼 해외에서 인정을 받았다고 국내에서 자동적으로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지 않고, K팝 팬들도 국내 활동 성과에 민감하다”면서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을 지키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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