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한 할리우드 스타 크리스 에번스(32)와 영국 출신의 명배우 틸다 스윈튼(53)은 29일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목소리로 봉 감독을 칭찬했다.
그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를 보고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을 봤는데, 정말 깊은 감명 받았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내 세계관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고를 때 감독을 제일 먼저 본다. 감독은 영화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는 많지만 영화화해서 결과가 안 좋은 경우 많기 때문에 대본은 종이에 불과하고 그 인물을 살리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봉준호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봉 감독의 매력은 협업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다. 감독이 자신의 비전을 배우에게 강요하면 안 되는데, 봉 감독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배우에게서 최선을 끌어냈다. 다양한 토론을 하면서 서로 신뢰가 쌓였고 그가 늘 내 생각을 물어봐줬기 때문에 안심하고 확신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고 내 연기 경력에서 이렇게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게 큰 영광으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틸다 스윈튼 역시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건 ‘봉준호’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뿐 아니라 봉준호라는 사람이 좋았다. 2년 전에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친구가 됐고 이번 작품은 같이 놀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케빈에 대하여’ ‘아이 엠 러브’ 등 예술영화로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틸다 스윈튼은 ‘설국열차’에서 열차 안 계급의 질서를 유지하는 ‘메이슨 총리’ 역할을 맡아 ‘천의 얼굴’이라고 할 만한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그는 함께 자리한 봉 감독과 배우 송강호, 고아성에 관해 “여기 있는 분들이 우리와 함께 해서 영광이라고 했는데, 오히려 우리가 영광스럽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은 전 세계적으로 봐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정상급 아티스트들이다. 같이 하게 돼서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봉 감독에 관해 그는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늘 계획을 미리 철저하게 짜지만,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에는 완전한 자유를 줬다. 그 안에서 나는 인간적인 불꽃(human spark)을 느꼈다. 그가 진정한 장인이란 뜻이다”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기자들이 한국 감독·배우와 함께 한 소감을 묻자 “자꾸 국적을 얘기하는데, 그걸 물어보는 게 참 신기하다. 예술을 하는 데 있어서 누가 어디서 왔는지는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라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 되는 자유로운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분들은 다 가족같은 사람들이다”라고 답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