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원년 멤버들의 특별 공연에서 이현우의 잔잔한 발라드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를 부른 이소라가 선호도 조사에서 최하위인 7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의 무대는 최하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완성도 있고 감동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소라는 “가사에 집중을 해서 잘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대로 피아노 반주 하나에 의지해 오롯이 목소리 만으로 노래를 들려줬고 그의 무대 후 동료 가수 박정현은 “너무 슬프다”며 눈물을 내비쳤다.
방송 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도 ‘공연을 보는 내내 눈물이 났다’ ‘역대 ‘나가수’ 공연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공연인데 결과를 납득하기 힘들다’는 평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23일 방송된 8라운드 2차 경연에서는 조규찬이 탈락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최성원의 발라드 ‘이별이란 없는거야’를 특유의 섬세한 창법으로 소화한 그는 5위를 기록했지만 1차 경연 7위 성적과 합산한 결과 탈락자가 됐다.
호흡 하나하나를 중시하는 창법과 임팩트 보다는 감성에 초점을 둔 그의 편곡 스타일은 청중평가단의 선호 스타일과 거리가 있었다.
엠넷 ‘슈퍼스타K 3’도 대중이 선호하는 무대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지난 28일 방송된 톱 4 무대에서 윤미래의 ‘페이 데이’를 부른 크리스티나가 탈락했지만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투개월도 탈락의 위기에 몰렸었다.
참가자 중 유일하게 포크 스타일의 발라드 ‘니 생각’을 부른 투개월은 차분하면서도 감성적인 무대를 선보였으나 대중적 선호도 덕에 톱 4 무대에 오른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이같은 지적을 하자 곡을 골라준 윤종신도 동의하며 “내 책임이다”라며 투개월에게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단판 승부의 ‘씁쓸한 단면’ = 이같은 현상은 노래 하나로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경연 프로그램의 본질에서 기인한다.
’나는 가수다’ 청중평가단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시민들이고 ‘슈퍼스타K 3’ 역시 불특정 다수로 구성된 시청자들의 문자 투표 60%를 결과에 반영한다.
그러다보니 낯선 노래보다는 대중에게 잘 알려진 노래가 유리하고 섬세한 테크닉보다는 넓은 음역대와 성량이 호소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단판 승부 성격이 크다보니 임팩트 있는 무대로 존재감을 과시해 경쟁자를 압도해야 한다.
특히 ‘나가수’ 호주 공연은 야외 공연인 데다 관객들도 가수들의 공연을 잘 접하지 못했던 현지 교민이 대다수였던 만큼 임팩트 있는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기존 국내 청중평가단이 방송을 접하면서 강한 무대에 어느정도 내성이 생겼다면 이들은 초기의 청중평가단과 비슷한 셈이다.
’나가수’ 방송 초기 절제하는 창법을 선보였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연우가 ‘칼을 갈고 돌아와’ 파워풀한 고음으로 호주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조규찬 역시 탈락 후 인터뷰에서 “’나가수’에서 형성된 (평가의) 바로미터가 있다”며 “평가단의 표를 얻으려면 어떤 사운드, 노래, 편곡이 필요할까 선례를 보고 고민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연 프로그램이 오히려 가요계의 편향성을 강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경연 프로그램들이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이야기하지만 또 하나의 음악적 획일성을 만든다는 걸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이미 특정 경연 프로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제작진이 시청률에 연연하다보니 대안을 내놓기에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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